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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Jan 05. 2021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손흥민의 토트넘 통산 100호 골을 기념하며

                                                                                         


 2021년 1월 2일, 한국 시간으로 오후 9시 30분, 토트넘의 홈구장에서 토트넘과 리즈의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펼쳐졌다. 한국 팬들의 시선은 손흥민의 토트넘 통산 100호 골 여부에 쏠렸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손흥민은 전반에 토트넘 통산 100호 골을 성공시켰다. 그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1개의 골과 1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 대 0 승리를 이끌었고 토트넘은 이 경기를 통해 최근 좋지 않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다시 선두권 경쟁에 불을 붙였다.

 


 2015년 8월, 독일 레버쿠젠에서 활약하던 손흥민은 당시 한화 약 400억 정도의 이적료로 토트넘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 영입이었고 토트넘 구단 역사상 3번째로 높은 이적료였다. 큰 이적료와 등번호 7번을 부여하며 토트넘은 손흥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사를 잘하기로 소문난 두 구단의 거래였고 손흥민은 당시 레버쿠젠의 핵심 선수였기에 이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를 비밀리에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손흥민 측은 굉장한 노력을 들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손흥민과 절친했던 팀 동료 하칸 찰하노글루는 손흥민이 런던으로 날아간 당일, 손흥민이 훈련 날임에도 연락이 되지 않자 직접 손흥민의 훈련 장비를 들고 훈련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후 훈련장에서 손흥민의 이적 소식을 듣고 자신에게까지 비밀로 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서운했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손흥민은 런던에 입성한다.

 

 토트넘 이적 초기, 손흥민은 기대를 받으며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현지 적응 때문일까. 손흥민은 기복 있는 경기력을 보였고 후반에 자주 교체되곤 했다. 팀 내 입지는 자연스레 흔들렸고 벤치에 앉아있는 날도 많아졌다. 손흥민은 출전 시간에 대한 불만을 느꼈고 당시 토트넘의 감독이었던 포체티노를 찾아가 이적 관련 면담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독일의 볼프스부르크는 손흥민의 영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성사 직전까지 진행됐었던 이적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서 결렬되어 무산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적을 하지 않은 게 토트넘에게나 손흥민에게나 매우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첫 시즌의 아쉬움을 거름 삼아 절치부심한 손흥민은 다음 시즌인 2016-2017 시즌, 본격적으로 날갯짓을 시작한다. 전체 시즌 통산 40경기 8골 6도움에 그쳤던 손흥민의 스탯은 시즌 통산 47경기 21골 7도움으로 완벽하게 달라졌고 4골에 그쳤던 리그에서의 득점은 14골로 상승했다. 골뿐만 아니라 경기력도 달라졌는데 첫 시즌 지속적으로 비판받던 오프 더 볼 움직임이 확연하게 달라지면서 경기 자체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게 상승했고 기존의 장점이었던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강력한 슈팅을 제대로 선보였다. 이후 이어진 17-18 시즌에는 시즌 통산 53경기 18골 11도움, 18-19 시즌에는 통산 48경기 20골 9도움, 19-20시즌에는 통산 41경기 18골 12도움을 기록하며 매 시즌 20골 가까이 득점을 올리는 월드클래스 윙포워드의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18-19시즌에는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기도 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시작한 2020-2021 시즌, 손흥민의 비상은 멈추지 않았다. 리그 개막전, 토트넘은 에버튼을 만나 고전하며 0 대 1 패배를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리그 2라운드, 사우스햄튼을 만난 손흥민은 홀로 4골을 폭발시키며 팀의 2 대 5 승리를 견인했다.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이어진 경기들에서도 놀라운 득점 감각으로 맹활약하며 올 시즌 리그에서만 16경기 12골, 시즌 전체 24경기 15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 코로나19로 뒤늦게 시작한 시즌과 유로파 리그 병행으로 인해 토트넘의 초반 죽음의 일정을 치러야 했는데 득점 감각을 폭발시킨 손흥민과 놀라운 도움 감각까지 탑재해 무결점 공격수로 거듭난 케인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유로파 리그 예선과 조별리그를 통과해 토너먼트에 무사히 안착했고 리그 역시 승점 33점으로 1위를 수성한 리버풀에 4점 차로 뒤지며 3위를 달리고 있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손흥민이 리즈전에서 토트넘 통산 100호 골로 경기를 장식하며 생긴 몇 가지 기록이 있다. 우선 이번 시즌 케인과 손흥민이 합작한 골은 총 13골인데 이는 과거 셔튼과 시어러가 갖고 있던 단일 시즌 최다 합작 골 기록과 동률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기에 이 기록은 손흥민과 케인에 의해 깨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또한, 토트넘 구단 역사상 최초의 100골을 기록한 비 영국권 선수가 되었고 프리미어리그 구단에서 100골을 기록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 유럽 전체 단일 구단 100골을 기록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2019 발롱도르 최종 순위 22위, 2019 FIFA FIFPro 월드 베스트 11 공격수 부분 14위, 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골, 2020 푸스카스상까지,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손흥민이 유럽에서 한창 활약하던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손차박 대전’이 펼쳐졌었고 조금 후에는 ‘손흥민은 월클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박지성이나 차범근이 가졌던 우승에 대한 커리어가 아직 손흥민에게 없기에 손흥민을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 최고 수준의 리그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그중에도 강팀으로 꼽히는 토트넘에서 오랜 기간 주전으로 활약하며 단일 구단 통산 100골, 독일 분데스리가와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합쳐 총 149골을 기록한 대한민국의 위대한 공격수를 뛰어넘는 선수가 언제쯤 다시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앞으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있다.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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