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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Jan 05. 2021

프리미어리그 17R 첼시 : 맨시티

위기의 첼시

 지난 1월 4일 월요일, 새벽 1시 30분에 펼쳐진 프리미어리그 17R 첼시와 맨시티의 경기가 펼쳐졌다. 이번 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라 불리며 램파드와 펩의 지략대결에 큰 관심이 쏠렸다.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첼시이지만 경기는 첼시의 홈인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렸고 첼시는 홈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에 팽팽하고 조심스러운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특히나 최근 코로나 19 양성 판정의 여파로 카일 워커와 에데르송 등 주전급 선수가 대거 이탈해 첼시의 승리를 예측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모두의 관심 속에 경기가 시작했다.


출처 : 스포티비 나우


 경기 초반은 첼시의 분위기였다. 첼시는 베르너, 풀리식, 지예흐를 공격진 선발로 내세웠고 중앙에 캉테와 코바치치, 마운트를 출전시키며 기동력 있는 축구를 보여줄 듯했다. 경기 초반 첼시의 압박에 에데르송을 대신해 선발로 나온 맨시티의 잭 스테펜이 실수를 저지른다. 동료의 백패스를 박스 안에서 잡고 만다. 간접 프리킥이 주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출처 : 스포티비 나우
출처 : 스포티비 나우


 분명 스테펜은 그림과 같이 공을 박스 안에서 잡았다. 그러나 간접 프리킥은 박스 바깥쪽 부분, 라인 바로 앞에서 이뤄졌다. 페널티 킥이 아닌 간접 프리킥은 박스 라인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간접 프리킥은 박스 안에서 이뤄졌어야 했다. 만일 정말 박스 바깥에서 잡은 것으로 봤다면 이는 백패스를 고의로 잡은 간접 프리킥이 아닌 골키퍼가 박스 밖에서 공을 손으로 처리한 것에 대한 핸드볼과 함께 직접 프리킥이 주어졌어야 했다. 선수 본인이 직접 박스 밖에서 처리하기 위해 공을 옮긴 것이라고 해도 주심은 파울이 나온 위치에서 진행했어야 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던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출처 : 스포티비 나우


 다음은 전반 11분에 나온 장면이다. 박스 정면에서 로드리가 공을 잡고 돌아서려 할 때 캉테가 압박해서 공을 탈취한다. 이를 이어받은 베르너가 드리블을 시도하는데 로드리는 이를 저지하려 태클을 한다. 이 과정에서 베르너가 넘어지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다. 느린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장면은 페널티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파울 장면의 위치는 박스 바로 앞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위 장면은 파울로 보인다. 물론 로드리가 공을 터치하긴 했다. 그러나 로드리가 시도한 태클을 공을 향한 태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인다. 로드리가 공을 터치하기 이전에 로드리의 허벅지가 베르너의 허벅지를 눌러 베르너가 먼저 중심을 잃은 뒤 공의 터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으나 개인적으로 해당 장면은 파울을 주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그러나 첼시는 위 장면과 상관없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이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첼시 팬인 나 역시도 패배의 탓을 심판에게 돌리기 위해 위 사실을 열거한 것이 아니다. 해당 경기에서의 첼시 수비는 재앙에 가까웠다.


출처 : 스포티비 나우


 전반 15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이어받은 칸셀루가 중앙을 쳐다본다. 유유히 데 브라이너가 첼시 수비 사이로 침투하고 공을 이어받아 슛을 하지만 아쉽게도 골대를 외면한다. 이 장면에서 가짜 공격수로 나온 데 브라이너의 침투를 중앙에 있던 티아고 실바, 주마, 캉테, 그 누구도 견제하지 않는다. 패스를 전달받고 찬스를 맞이하니 그제야 압박을 한다. 압박의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출처 : 스포티비 나우


 다음은 선제골 이후 추가골 장면의 수비 상황이다. 선제골은 맨시티 공격진이 굉장히 잘 만들었고 귄도안의 개인 기량이 돋보이는 장면이었기에 이것까지 수비 집중력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듯싶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다르다. 조금은 앞으로 나와서 수비하던 주마의 뒤로 공이 흐르고 조금 길게 흐른 공을 소유하기 위해 티아고 실바와 아스필리쿠에타, 필 포덴이 달리는데 티아고 실바가 가장 먼저 태클로 공을 끊어낸다. 그러나 공은 멀리 가지 않았고 측면에서 이를 이어받은 데 브라이너가 중앙으로 공을 연결하고 포덴이 좋은 왼발 슛으로 득점한다. 티아고 실바의 태클 이후 측면에 위치한 데 브라이너에게는 앞쪽으로 많은 공간이 있었다. 오른쪽 수비수인 아스필리쿠에타가 포덴을 마크하고 있었으니 라인을 이탈했던 주마나 캉테가 데 브라이너에 대한 견제를 했어야 했다. 위치상 주마는 본인의 수비 위치로 복귀하고 캉테가 이를 압박해 크로스를 단조롭게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출처 : 스포티비 나우


 그러나 첼시의 수비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측면에서 데 브라이너가 여유롭게 공을 잡고 중앙을 쳐다보는 와중 주마와 캉테는 그제야 박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티아고 실바와 아스필리쿠에타는 데 브라이너만 수비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포덴은 아주 여유롭게 박스 안에 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마운트가 커버하기엔 거리상 무리가 있었고 포덴은 이를 득점으로 연결한다.


출처 : 스포티비 나우


 다음은 전반 27분에 나온 칸셀루의 슈팅 장면이다. 이는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첼시 입장에서 굉장히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측면에서 돌던 공은 진첸코에게 연결되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지예흐가 슬라이딩해보지만 실패한다. 이에 다급해진 아스필리쿠에타는 빠르게 진첸코에게 붙고 자연스레 첼시 우측 뒷공간이 열리게 된다. 이를 파악한 진첸코는 돌아 뛰는 포덴에게 원터치로 내주고 뒤늦게 아스필리쿠에타가 포덴을 따라가지만 포덴의 스피드를 막을 수 없었다. 크로스를 허용하고 반대편에 준비하던 칸셀루가 슈팅을 때리지만 공이 뜨고 만다.


출처 : 스포티비 나우


 다음은 맨시티의 3번째 득점 장면이다.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첼시의 수비는 엉망이었고 이 경기 최악의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지예흐가 올린 공은 조금 짧았고 수비가 걷어낸 것을 캉테가 전방으로 연결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차단당한다. 맨시티는 전방으로 연결하고 스털링이 이어받았다. 후방에 대기하던 첼시의 수비진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캉테만 스털링을 따라간다.


출처 : 스포티비 나우


 스털링은 골문 앞에서 머뭇거리며 제대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스털링이 공을 잡고 있는 동안 어느 정도 첼시 수비진도 복귀했고 잘하면 막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도 첼시 수비진은 허술했다. 급히 복귀한 주마는 스털링을 마크했다. 그렇다면 스털링을 원래 마크하던 캉테는 주마와 같이 수비를 하던지 제자리로 돌아가던지 다른 마크맨을 찾았어야 했다. 그러나 캉테가 찾은 마크맨은 쇄도하던 데 브라이너가 아닌 같은 팀 골키퍼 멘디였다. 슈팅각을 좁히는 것과 동시에 백업을 하려 한 것 같은데 이 선택은 아쉬웠다. 조금 더 적극적인 수비가 필요했다. 코바치치는 골문 쪽을 보호하며 반대쪽 포덴을 견제하고 있었다. 이러면 뒤따라 들어오던 아스필리쿠에타는 침투하는 선수 확인이나 스털링의 크로스를 대비해야 했다. 그러나 아스필리쿠에타는 스털링의 슈팅을 대비해 골문을 수비했다.


출처 : 스포티비 나우


 뒤따라오던 티아고 실바와 주마, 캉테가 모두 달려들었음에도 스털링의 슈팅은 골문으로 날아갔고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는 데 브라이너에게 흘렀고 아무도 데 브라이너를 막지 않았기에 여유롭게 세컨볼 득점에 성공한다. 아쉬운 경기력은 후반에도 이어졌고 첼시는 후반 추가시간에 겨우 만회골을 터뜨리며 1대 3 패배를 하고 만다.


 아스날전, 아스톤 빌라전, 이번 맨시티전까지 모두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수비는 흔들렸고 공격은 무뎠다. 나는 그 원인을 중원 구성에서 찾았다. 아스날전과 맨시티전은 코바치치, 캉테, 마운트가 선발이었고 빌라전은 캉테, 조르지뉴, 마운트였다. 세 경기 모두 원 볼란테 형태의 중원 구성이었고 수비적인 역할은 캉테의 몫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빌라, 맨시티, 그리고 해당 경기의 아스날. 모두 상대 파이널 써드 지역 활용에 능한 선수를 갖고 있었다. 스미스 로우, 그릴리쉬, 데 브라이너 모두 파이널 써드 지역에서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며 하프 스페이스 공략과 공을 운반 및 패스에 능한 선수들이다. 반면 첼시의 수비진은 상대가 밀고 올라올 때 라인을 유지하거나 천천히 내리며 상대에게 맞서기보다는 티아고 실바의 리드에 따라 라인을 내리면서 박스 안쪽 수비에 집중하는 형태를 가져간다. 그렇기에 미드필더와의 간격 유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캉테는 앞으로 나서며 수비하는 스타일의 선수다. 좋은 태클과 인터셉트 능력, 전방으로의 전진성도 갖고 있는 선수기에 캉테가 최고의 모습을 보일 때는 언제나 투 볼란테에서 한 자리를 맡았을 때였다. 원 볼란테에 서게 되면 수비진과의 간격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고 커버해야 하는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 특히나 같이 나왔던 선수가 마운트, 코바치치와 같이 전진성을 가진 공을 운반하는 선수, 또는 조르지뉴와 같이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였기에 캉테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컸을 것이고 캉테 혼자서 포백을 보호할 수는 없기에 상대의 파이널 써드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던 첼시였다.


 문제는 또 있다. 개개인의 떨어진 폼은 차치하더라도 무슨 콘셉트로 경기에 나서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상대의 1차 빌드업을 저지하려면 조직적인 압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첼시는 조직적인 압박을 하지 못한다. 앞서 말한 간격 유지처럼 조직적으로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플레이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조직적인 압박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압박은 시도하니 체력 부담은 커지고 실속은 없다. 압박에 따라 간격 유지도 이뤄져야 하는데 전혀 유지되지 않는다. 압박과 함께 라인도 올려서지만 뒷공간을 허용할 뿐이다. 공격 전술은 없다. 측면과 후방을 빙빙 돌며 쉽사리 들어가지 못한다. 마운트가 내려와 공을 운반하려 잡으면 가야 할 길이 구만리이다.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의 간격이 벌어지니 중앙에서의 공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계속 측면만 노린다. 크로스만 지속적으로 시도하지만 전혀 실속을 챙기지 못한다. 크로스의 한방이나 지예흐의 킥 한방만을 노리는 팀 같다. 공격진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포장한 무전술을 보는 듯하다.


출처 : 인터풋볼


 최근 램파드의 경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래도 이번 시즌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과 빠르게 경질해서 새로운 판을 그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첼시가 램파드의 경질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1위부터 10위까지의 승점차가 매우 좁고 아직 리그 절반도 지나지 않았기에 조금 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번 시즌에도 위기를 극복하고 팀을 안정화시켰던 램파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이 든 성배라 불릴 정도로 감독 교체에 거리낌이 없는 첼시 보드진은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다. 램파드는 하루빨리 투자의 성과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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