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완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피지컬. 운동을 좋아하거나 한 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은 알고 있는 단어다. 보통은 해당 운동을 하는 사람의 신체적 능력을 평가하는 단어이다. 또 해당 운동의 전문성을 완성하는 데에 쓰일 수도, 운동을 시작하는 데에 쓰일 수도 있는 마법의 단어다. 오늘은 축구에서의 피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축구에서의 피지컬은 굉장히 중요하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타인과 부딪히는 스포츠이고 타인과의 신체적 대결에서 승리하는 선수가 공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가진 피지컬을 어떻게 이용하는 지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를 갖고 있지 못한 선수들은 프로가 되기 이전의 경쟁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피지컬이 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유스는 프로팀 소유의 유스팀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 산하의 고등학교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각 학교는 프로팀으로 선수를 보내는 육성기관의 역할도 하지만 독립된 학교로 대회에 참가해 결과를 내야 하는 책임도 갖게 된다. 따라서 각 학교는 신입생 선수를 선발할 때 구단의 장기적인 안목과 함께 학교에서의 즉시 전력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자연스레 개개인의 피지컬은 더욱 중요한 지표가 된다. 유소년 선수들의 1년은 성인 선수들의 1년보다 큰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징은 아니다. 전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피지컬 조건을 완전히 무시하고 선수를 선발하는 곳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스타플레이어 중에 피지컬 조건이 좋지 못함에도 이를 극복한 선수들 많이 봐왔다.
혹시 ‘뇌지컬’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보통 게임을 즐기는 젊은 세대에서 쓰이는 말로 뇌의 피지컬 즉, 두뇌 플레이를 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것은 비단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능적인 플레이를 잘 펼치는 선수는 대부분의 스포츠에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선수들은 피지컬보다 뇌지컬이 뛰어난 선수들이라 생각한다. 대표적 선수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다. 메시는 성장 장애를 딛고 전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메시의 할머니가 손자의 공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것을 보고 손자를 지역 구단의 선수로 뛰게 하려 했으나 그 당시 해당 구단의 감독은 메시의 왜소한 체격과 작은 키를 보고 난색을 표했다. 그 작은 아이가 다른 친구들 틈에서 버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시의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았고 메시는 뉴 웰스 올드 보이스에서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구단에서 활약하던 메시는 바르셀로나의 눈에 띄어 스페인으로 날아가게 되고 그 이후 모두가 알다시피 최고의 선수가 되어 지금의 리오넬 메시가 탄생한다. 그에 대한 설명은 굳이 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뉴 웰스 올드 보이스가 메시가 가진 피지컬의 벽에 막혀 그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메시가 축구를 시작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을 안타깝게 놓쳤을 것이다.
발칸의 마에스트로, 크로아티아 황금세대의 중심, 루카 모드리치도 이와 비슷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다. 현재도 체격이 크지 않은 모드리치는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그의 성장 배경도 한몫한다고 볼 수 있다. 모드리치는 굉장히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어렸을 때 보스니아 내전이 발발했고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준 할아버지를 잃고 호스텔 수준의 방에서 지내야만 했다. 이때 자신이 지내던 건물 주차장에서 공을 찬 것이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그는 뛰어난 공 다루는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역시나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으로 많은 지도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많은 지역 구단의 외면을 받았으나 모드리치의 재능을 눈여겨본 한 지도자에 의해 모드리치는 NK 자다르라는 구단에서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백곰 군단의 10번이자 메시와 호날두의 발롱도르 독식을 끝낸 선수가 탄생하게 된다. 만일 모드리치가 피지컬의 벽에 가로막혀 축구를 시작할 수 없었다면 호날두나 메시는 하나의 발롱도르를 더 추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전차군단의 리더였던 필립 람, 레지스타의 교과서인 안드레아 피를로, 이탈리아의 에이스 로렌조 인시녜, 유벤투스의 새로운 판타지스타 파울로 디발라 등 신체 조건이 좋지 못하지만 뛰어난 축구 센스와 기술로 이를 극복한 선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성공에 피지컬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은 상대의 압박이 들어오기 전에 이를 풀어낼 수 있는 정도의 순발력과 뛰어난 바디 밸런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시는 믿을 수 없는 균형감각과 바디 밸런스를 갖고 있기에 자신보다 체격이 큰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들의 단점인 피지컬을 장점인 뇌지컬로 채워 유럽의 슈퍼스타가 되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유소년 선수들이 제2의 박지성, 제2의 손흥민을 꿈꾸며 축구를 시작한다. 많은 선수가 시작하는 만큼 많은 선수가 현실의 벽에 막혀 축구를 그만둔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체의 성장과 관련된 이유도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유소년 선수들이 피지컬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축구를 그만두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축구는 머리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라고 메시, 모드리치가 나오지 말란 법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