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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Jan 10. 2021

축구와 코로나

이제는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간

 지난 시즌 봄, 축구가 멈췄다. 각 유럽 리그는 코로나 19의 확산을 방지하고 리그 내 확진자로 인한 감염을 최소화하고자 리그를 중단했고 선수들은 갑작스레 휴식기를 맞이했다. 리그 중단에 의해 좋은 흐름이 끊긴 팀도 있고 부상 선수들이 복귀할 시간을 벌어 분위기를 반전시킨 팀도 있었다. 리그 중단으로 인해 미뤄진 경기를 치러내느라 선수들은 작년 8월까지 경기를 해야만 했다. 얼마 쉬지도 못하고 다시 시작된 이번 시즌, 선수들은 쌓인 피로도와 싸워야 했다. 코로나의 여파가 아직 잠잠해지지 못한 지금, 다시 코로나의 악몽이 재연되려 하고 있다.


출처 : 스포츠 한국


 최근 잉글랜드 리그 내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해 잉글랜드 리그 전체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듯 보인다. 특히 아스톤 빌라는 1군 선수 9명과 코칭스태프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최근 펼쳐진 FA컵 64강전 리버풀과의 경기에 구단의 23세 이하 선수들만을 기용해 경기를 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스톤 빌라, 맨시티, 풀럼 등 확진자가 발생해 경기가 연기되는 일도 있었다. 경기의 연기는 빡빡한 일정에 단비 같은 휴식일 수 있으나 결국에는 해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일정이 꼬인 셈이다. 토트넘은 오는 14일 아스톤 빌라와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스톤 빌라가 코로나로 큰 피해를 입자 경기의 연기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앞서 풀럼과의 경기도 풀럼 선수단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한차례 연기한 바 있어 이번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도 연기된다면 유로파리그, FA컵, 리그, 카라바오 컵 결승까지 병행해야 하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추후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이에 대해 토트넘의 무리뉴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나는 한 팀이 몇 경기를 연기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팀이 유럽의 클럽대항전에 나가는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리그 내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다시금 리그 중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선수들의 안전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다. 그러나 해당 조치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피해도 예상되어 마음이 아프다.


출처 : 넷플릭스 <죽어도 선덜랜드>


 유럽의 축구 시장은 아시아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이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구단들은 수많은 직원과 엄청난 매출을 올리며 대기업에 준하는 형태를 갖고 있다. 특별히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도시 중에는 축구 하나로 먹고사는 곳도 있다. 영국의 타인위어주에 위치한 선덜랜드는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지명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프리미어리그의 팀이었고 한때 지동원과 기성용의 소속팀이었던 선덜랜드 AFC의 연고지로 이제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에 나오는 팀으로 더 유명하다. 선덜랜드는 고대에는 어촌이었으나 석탄과 소금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항구도시로 성장했다. 20세기 후반에는 조선 등 전통 산업이 쇠퇴하고 자동차와 IT기술, 서비스업이 발전하면서 도시가 전체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IT기술이 발달해 ‘세계 7대 지능형 도시’로 선정되었다. 선덜랜드는 선덜랜드 AFC 즉, 지역 구단과 함께 성장해왔다. 축구팀의 성적이 올라갈수록 지역의 상권과 서비스업은 수요가 늘어 활발해졌고 도시 전체의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위 설명한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오듯 선덜랜드가 16-17 시즌 2부 리그로, 17-18 시즌 3부 리그로 충격의 연속 강등을 당하자 구단은 흔들렸고 3부 리그를 지속적으로 벗어나지 못해 가해진 경제적 충격과 더불어 지난 시즌 코로나까지 겹치자 구단은 매우 흔들렸고 현재는 클럽 회장의 사임으로 매각이 진행 중이다. 선덜랜드 팬들은 여전히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으나 팀의 연속적인 강등과 코로나로 인해 재정적 타격은 불가피했고 여러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축구팀이 활기를 잃자 도시의 전체적인 활기도 사라졌고 축구팀과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은 재정적 타격을 입어야 했다. 여기에 코로나로 관중도 입장할 수 없자 도시의 분위기는 더욱 침체되었다. 이들에게 축구는 생업이다. 축구가 가져오는 것을 이용해 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관중의 입장이 제한되고 리그가 중단된다는 것은 생업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


출처 : 스포츠조선


 축구장에 축구를 보러 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함축적인 말이다. 축구장에 축구를 보러 가는 사람은 우선 인터넷을 통해 티켓을 예매해야 한다. 현장에서도 티켓 구매가 가능하지만 인터넷이 조금 더 일반적이기에 인터넷을 예로 들겠다. 우리는 여러 광고가 포함된 사이트에서 티켓을 예매하고 경기 당일 길을 나선다. 자신의 차가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없다면 대중교통, 버스와 지하철 같은, 혹은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경기장에 도착해 구단 티켓박스에서 미리 예매한 티켓을 출력해 입장하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옆에 있는 핫도그가 너무 맛있어 보인다. 기왕 나들이 나온 김에 핫도그와 음료도 하나 사서 이제는 들어가려는데 저 멀리 응원 도구를 판매하고 있다. 기분 좀 제대로 내볼까 하며 응원 도구도 같이 사서 들어간다. 우리는 경기장 내에서도 수많은 광고에 노출된다. 이처럼 한 축구팬이 축구를 보러 축구장에 간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과 연관된 행동이다. 구단이 단순히 입장권 판매에만 집중하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한 명의 팬이 가져올 수 있는 추가적인 수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구단에게 팬이 가져올 수 있는 수입은 무궁무진하기에 구단 입장에서 경기에 보러 오는 팬은 정말 중요하다. 특히나 시장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큰 유럽의 경우 중요도는 더 올라간다. 무관중으로 인해 가뜩이나 손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리그가 중단된다면 재정 상황이 안전하지 못한 하부리그 팀들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고 해당 구단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얻을 수 없는 지역은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엄청난 상황이다. 코로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해당 조치로 인해 벌어질 피해가 눈에 보이기도 하는 상황이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사상초유의 사태에 누구 하나 경험해본 바 없기에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사태가 마무리되어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웃으며 축구장을 찾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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