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른 것은 없다
매번 엄청난 이슈와 광고효과, 모두의 이목을 끄는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초대 대회 이래 4년 주기로 열렸다. 새로운 전술과 신예의 등장 등, 월드컵을 기점으로 축구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지기에 이는 경제적으로나 축구적으로나 굉장히 중요한 대회이다. 그런 월드컵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사실 몇 번 이야기는 나왔으나 반발에 막혀 실패했던 이야기이다. 바로 월드컵 격년 개최이다.
월드컵 격년 개최를 두고 축구계가 찬반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피파와 벵거를 포함한 몇 축구 인사를 필두로 한 격년 개최를 주장하는 찬성 측은 월드컵의 격년 개최로 수익을 늘려 피파 지원에 의존하는 대륙 축구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으로 축구계가 더 고르게 발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파에서 최대한 일정을 조정해 장거리 원정을 줄이고 토너먼트를 마친 뒤 최소 25일의 휴식을 보장한다면 선수들의 피로도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피파는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의 제안으로 월드컵 2년 주기의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뒤 긍정 여론 조성을 유도하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월드컵 2년 주기 개최에 대해 “2년 주기 개최가 무슨 범죄인 것처럼 비판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월드컵은 재미있는 대회이다. 4년이 아니라 2년마다 열린다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라고 옹호했다.
이에 반대하는 유럽과 남미 축구계는 월드컵의 격년 개최는 월드컵의 희소성을 떨어뜨려 권위를 약화할 것이고 더불어 선수들도 자주 열리는 대회에 피로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피파에서 주장한 개혁안의 특징은 A매치를 10월에 모두 치르거나 3월이나 10월에 나눠 치르는 것인데 이는 6월 개최일 경우에 알맞은 일정이기에 월드컵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명분에 힘을 싣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곧 개최되는 카타르 월드컵의 경우 11월에 개막하기에 이와 동일한 일정을 적용하기 어렵다. 거짓 명분으로 둘러싼 수익 증대가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UEFA의 회장 알렉산더 세페린은 “보석의 가치는 희귀성에 있다. 월드컵이 2년마다 열리면 권위가 약해진다.”라고 말하며 “2년 주기 월드컵의 예선전을 위해 선수들은 매년 여름 체력을 소비하는 데 시간을 보낼 우려가 있다.”라며 선수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또한, 위르겐 클롭 감독은 “월드컵 2년 주기 개최가 여러 나라에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들 말하지만 결국 돈 때문에 하는 것이다.”라며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산업의 전반적인 영향력과 크기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프로축구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이제는 월드컵이 아닌 유럽리그의 감독들이 축구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이 되었고 흐름도 예전과는 달리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는 매년 열림에도 점차 대회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국가대항전보다 프로축구가 축구계를 대변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월드컵은 이에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매번 생기는 판정 논란, 맞지 않는 손발로 인한 어설픈 경기력, 운영 논란 등 개최마다 논란을 동반한 대회가 되어버린 월드컵은 점차 관심이 줄어들고 있었다. 물론 그만큼 규모가 큰 대회이기에 조금의 잡음이 생길 수는 있으나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그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다. 월드컵은 사람들의 눈에 더 자주 들어와야 한다. 그러기에 4년이란 주기는 너무 길다. 대회의 희소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허나 위상이 떨어질 것이라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대회의 위상은 산업의 크기와 퀄리티가 결정한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유럽 변방 리그 우승과 위상이 다르다. 이것이 과연 매년 열리기 때문인가? 아니다. 이는 펼쳐지는 경기의 퀄리티와 산업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월드컵의 변화는 수익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관심으로 인한 재도약의 문제인 것이다. 월드컵은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이 문제에 옳고 그른 것은 없다. 양 측 모두 서로의 이해관계를 위해 싸울 뿐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월드컵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느끼고 있기에 개혁안에 대해 찬성하는 것이다. 수익을 증대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 그렇게 얻어진 수익이 어떻게 쓰이는지가 중요하다. 피파의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매번 유럽리그에 맞춰 일정을 변경하고 월드컵 휴식기를 가지며 배려를 해왔다. 지나친 배려는 독이 될 수 있다. 좀 더 우리의 이윤을 위해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