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네 자리 숫자

by 소혜


‘어떤 생일은 평생 비밀번호에 남아 있다.‘


스무 자도 채 안 되는 짧은 문장에 마음이 콕 찔린 것은 얼마 전의 일이었다.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네 자리 숫자와 함께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손끝에 익은 그 숫자를 오랜만에 의식하게 된 여름밤이었다.


가끔 첫사랑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멋들어지게 답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연애했던 사람? 가장 애틋했던 사람? 내 마음을 충만하게 해 준 사람?

그저 수많은 물음표들 사이에 느낌표로 떠오르는 단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문득 신기할 뿐이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진부한 클리셰는 나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냥, 그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

짧고 담담했던 마지막 통화 후, 나는 한참 동안 지나간 과거가 아닌 오지 않을 미래를 상상했다. 영화 ‘라라랜드’의 엔딩씬처럼, 만약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나중엔 좋을 거야.

끝내 부정하고 싶었던 그의 말을 나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결국 그의 말이 맞았다. 그걸 몰랐던 그 해 겨울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추웠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 후로 찬바람이 불 때면, 간지러운 애칭이 이름 세 글자로 바뀌던 순간의 온도가 종종 떠오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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