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어느 카페

by 소혜


해질 무렵의 어느 카페에서는 노을빛 시티팝이 흘러나온다. 분홍, 주황, 보랏빛이 섞인 멜로디가 커피 향처럼 번진다. 커피의 노트는 머스캣, 복숭아, 홍차. 작은 유리컵 안은 아직 맑고 싱그러운 여름이다. 나는 한 손에 여름을 들고 오른편의 유리창으로 가을을 입은 세상의 풍경을 본다. 어느새 잔얼음들이 짤랑이며 컵에 부딪히고 여름은 그렇게 손끝에서 서서히 녹는다.


파운드케이크를 굽는 사장님과의 대화가 드문드문 이어진다. 고소한 버터 냄새가 카페에 퍼지고 갓 구운 빵처럼 시간이 느리고 달콤하게 익어간다. 오븐 안의 파운드케이크에 분화구가 생기는 동안 노트에는 푸른 잉크가 빼곡해진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 짙은 코발트블루빛 하늘 같은 푸른색.

푸른 글자들에 얹힌 마음의 진폭을 조심스레 가늠해 본다. 짙은 마음과 빵 굽는 냄새는 감추려 해도 꼭 들킬 수밖에. 한 뼘의 시간에 향기는 가라앉았지만 마음은 한없이 부풀어가던, 해질 무렵 어느 카페에서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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