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

by 소혜


“글씨가 변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뭔가 기분이 좋더라. 내가 어릴 적 순수 그 자체인,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인 거 같아서.”


한 통의 편지를 읽고 눈시울이 붉어진 것은 얼마 전의 일이었다. 우리는 매년 생일 편지를 주고받을 때마다 서로의 글씨체를 보며 추억에 잠기곤 했다. 여전하구나, 네 글씨는. 왠지 모를 안도가 섞인 말을 후렴구처럼 반복하며. 사실 글씨가 변하지 않은 것보다 서로를 향한 손끝의 온도가 그대로인 것이 무엇보다 좋다. 추억을 품고 있는 종이의 질감만큼 다정한 것이 또 있을까. 그 위로 조금 삐뚤게 적힌 글씨만큼 사랑스러운 건.


서로의 외로움을 안아주며 우리는 어른이 되어갔다. 나는 언제까지나 그런 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 종이 한 장에 온 마음을 꾹꾹 담는 사람. 서투른 진심을 용기 있게 건넬 줄 아는 사람. 이런 사소하고 다정한 순간들이 휘청거리는 마음을 잡아준다고 믿는 사람.


편지에는 사랑이 담겨서 좋다. 행간에 스며든 머뭇거림과 진심 어린 호흡이, 그리고 비스듬히 다르게 기억되는 추억들이 사랑의 언어로 빼곡히 적혀 있다. 마음을 쓰는 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하나도 변하지 않은 누군가의 글씨처럼.






너에게 나는 맑고 빛이 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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