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작은 것의 얼굴을 하고 올 때

by 소혜


낡은 서랍 속에서 예쁘게 코팅된 네잎클로버를 발견했을 때, 헐레벌떡 잡아탄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맞은편에 있는 기사님과 찡긋 눈인사를 나누는 걸 볼 때, 학창 시절 친구들과 나눠 적은 롤링페이퍼를 다시 읽어볼 때, 산책길에 조금 앞서 걷는 하얀 강아지의 꼬리가 한껏 올라간 걸 볼 때, 설거지를 할 때마다 발뒤꿈치에 닿는 촉촉한 코와 부드러운 털의 감촉을 느낄 때, 썬캐쳐에 부딪힌 빛이 방 안에 작은 무지개를 만들 때, 첫눈 소식에 얼른 뛰어 나가 가만히 손바닥을 펼쳐볼 때, 길거리 음식을 보며 어릴 적 아빠가 품 안에서 꺼내던 따끈한 봉투를 떠올릴 때, 오랜만에 펼쳐본 일기장에 적힌 어느 이름을 발견할 때, 그때의 내가 느꼈을 감정을 뒤늦게 어루만져볼 때, 결국 사랑이란 이렇게 작은 순간들임을 깨달을 때, 고요한 새벽에 겨우 이런 글밖에 쓰지 못하는 내가 이제는 조금 덜 부끄러울 때.





작가의 이전글변하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