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사람

by 소혜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둔 오후에는 눈이 펑펑 내렸다. 어릴 때부터 눈이 오면 기다리던 답장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들뜨곤 했다. 이제 눈 같은 건 안에서만 보는 게 예쁘다는 친구들이 슬슬 늘어나고 있지만, 겨울꾼인 내가 마당에 쌓인 눈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서랍에 넣어두었던 장갑을 꺼내 들고 나와 온통 하얗게 덮인 동네를 눈에 가득 담았다. 여백으로 오히려 풍성해지고 고요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풍경들. 겨울에는 오직 이때만 느낄 수 있는 낭만에 마음이 자주 휘청거렸다. 그럴 때면 여전히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고 싶고, 붕어빵 냄새에 걸음을 멈추고, 추운 날씨를 핑계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


동그란 눈사람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눈을 열심히 굴리다 보면 금방 완성될 것 같았는데, 울퉁불퉁한 모양을 다듬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모난 데 없이 둥근 것들을 만들 땐 왠지 늘 어렵고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김밥을 말거나 눈사람을 굴리거나 만두를 빚을 때처럼. 그래도 모서리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 때면 마음이 한결 예뻐진다.


유난히 슬픔으로 많이 젖었던 한 해를 돌아보니 아무래도 눈사람의 입꼬리를 조금 더 올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뭇가지만으로는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어 알록달록한 병뚜껑을 주워다가 단추도 붙여주었다. 커다랗진 않지만 나름 사랑스러운 나의 눈사람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마음의 언저리가 둥글고 섬세하게 다듬어진 것 같은 밤이었다.








나의 눈사람이 다음날 아침까지 살아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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