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의 안쪽

by 소혜


덧없는 것들에 유난히 마음이 붙들리는 겨울. 생각이 자꾸 안쪽으로 접히고 떠나간 것들의 윤곽이 또렷해지는 사계절의 가장자리에 와 있다. 식은 찻잔을 손에 쥐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사람처럼 쓸쓸한 밤이면, 아끼는 스웨터를 꺼내 입는 마음으로 겨울을 걷는다. 어깨를 한껏 움츠린 채, 휘이- 잘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과 그리움이 담긴 노래를 가끔 흥얼거리며.


밤을 걷는 일은 바깥으로 밀려난 마음들을 안으로 다시 데려오는 것과 같다. 해가 다 가도록 무엇 하나 제대로 완성한 것이 없다는 사실에 움츠러들다가도, 환하고 맑은 쪽으로 기울어진 마음들을 종종 발견할 때 기쁘다. 특히 이곳에 쓰인 나의 글들을 떠올리면 애틋함이 피어오르곤 한다. 마음을 꺼내놓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보잘것없는 문장들이 누군가의 다정한 쉼표가 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한 해를 갈무리하는 12월에는 차가운 액정 위로 따스한 안부 인사가 자주 오간다. 때로는 눈앞의 일들에 밀려 꺼내놓기 번거로운 속마음을 기꺼이 서로에게 내민다. 어쩌면 나와 이루어진 관계들은 모두 부지런한 사랑일 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하나둘 깨달을 때면 조금 더 어른이 되는 것만 같다.

감기 조심해. 이불 밖은 위험해.

모양이 조금 다를 뿐, 아무래도 사랑은 아낌없이 응원하는 동시에 다정히 간섭하는 것. 충만해진 기분으로 잠시 멈춰 서서 손가락을 오랫동안 움직인다. 나의 답장이 마음 한편에 반짝이기를 바라며.

제때 전하지 않으면 눈처럼 녹아버리는 마음이 있다는 걸, 겨울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밤을 걷다 마주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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