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온다는 누군가의 메시지가 눈앞에 반짝였다. 겨울의 기척이 밤새 서성이더니 드디어 흰빛으로 고요히 서려든 모양이었다. 양말도 신지 않은 채 달려 나가 손바닥을 펼치자 기다림 속에 녹아 있던 설렘이 살며시 내려앉았다. 겨울의 홀연하고 차가운 숨이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것 같았다.
조금 들뜬 마음으로 이곳저곳 발자국을 남겼다. 옅게 쌓인 눈은 목도리의 보풀처럼 보드라웠다. 아침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꼭 사랑을 닮은 것도 같다. 조용히 스며들어 어느새 마음 한편을 하얗게 덮고, 사라지고 난 자리에 축축한 흔적을 남기는 것까지.
집으로 돌아와 생일을 맞은 이에게 편지를 썼다. 전하고 싶은 말들이 트리와 루돌프가 그려진 엽서 위에 눈처럼 소복이 쌓여갔다. 마지막 줄에는 늘 추신을 덧붙이는 편이다. 여름을 좋아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이에게 겨울의 찬 기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문장을 고르고 다듬었다. 눈사람이 그려진 컵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창틈으로 겨울의 호흡이 느껴졌다.
눈을 기다리던 나에게 첫눈이 온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건네준 마음을 떠올린다. 나는 겨울의 눈처럼 조용하지만 분명한 마음을 사랑한다.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손끝으로 안부를 건네는, 한순간의 반짝임이 아니라 오래도록 스며들어 반드시 흔적을 남기는 마음을.
이번 겨울은 왠지 첫눈처럼 마음을 밝혀주는 일들이 자주 찾아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