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사람

by 소혜


날이 추워지면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날이 많아진다. 긴 밤의 고요 속 쓸쓸함은 금세 그리움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인연이라면 애쓰지 않아도 이어진다는 말이 영 못 미덥게 느껴지면서도, 부지런함과 거리가 먼 탓에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이들이 못내 그리워지는 밤이다.


그녀를 만나지 못한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모든 만남과 인연에 경중은 없지만 살다 보면 눈앞의 일들로 인해 자연스레 뒤로 밀려나는 관계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사이에는 연락을 할 만한 계기도, 그렇다고 하지 않을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빠르게 흘러간 시간 속 종종 안부를 묻고 싶어지는 밤이 있을 뿐이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스무 해를 조금 넘게 살았던 나와 곧 마흔을 바라보는 그녀 사이에는 섬세함의 정도가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상대의 표정과 변화를 잘 알아채면서도 때로는 적당히 모르는 척하는 배려가 있고, 입 속에 품은 말 중 가장 둥근 단어를 골라 뱉는 그녀가 좋았다. 나이답지 않은 해맑고 아이 같은 면과 한참 어린 나에게 쉽게 말을 놓지 않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강아지를 키우고 같은 영화를 좋아했던 우리는 어느새 속을 터놓으면서도 아주 가깝지는 않은, 적당한 온도로 데워진 차 한 잔 같은 사이가 되었다.


그녀가 자신이 가진 아픔을 처음 입 밖으로 꺼내던 날, 나는 놀란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 사연을 가지고도 어떻게 이렇게 맑을 수 있는지, 사람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른 지금, 나는 쓰라린 마음을 품고도 밥을 짓고, 일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을 수 있는 어른이라는 말의 무게를 이제야 어렴풋이 가늠해보고 있었다. 웃음과 웃음 사이에도 캄캄한 슬픔이 있고, 슬픔과 슬픔 사이에도 간지러운 웃음이 있다. 그녀는 인생에서 겪은 일들이 자신을 규정하도록 두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늘을 외면하지 않는 그녀를 언제까지나 밝고 씩씩하고 예쁜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별 없이 멀어진 그녀가 유독 보고 싶은 밤이다. 사진첩에는 얼굴을 맞대고 웃던 우리가 남아 있고, 언제든 엄지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면 안부를 전할 수 있지만 선뜻 그럴 수 없음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계절의 끝자락이다.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해도, 잠시나마 함께 나누었던 시간과 마음이 우정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슬슬 추위에 어깨가 움츠러드는 요즘, 밝은 햇살 아래 긴 그림자를 품은 겨울이 꼭 그녀를 닮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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