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메리크리스마스

by 소혜


사랑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어딘가로 숨지 않고 마음 한복판에 서 있는 겨울.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완성하는 동안 눈앞의 일들에 밀려 잊고 있던 얼굴들이 트리처럼 반짝인다. 아늑한 이불과 새콤달콤한 귤도 좋지만, 복작복작한 틈에서 오고 가는 사람 냄새와 온기 또한 이 계절의 선물이겠지.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뭉근하고 말랑한 이 감각을 사랑하며 나의 세계는 조금 더 환해진다. 혼자 있어도 고립되지 않고, 함께 있을 때 소외되지 않는 세상은 나의 영원한 꿈.


주전자의 물이 끓는 한 뼘의 시간에도 해가 금세 저문다. 어느새 잠에서 깨 발치에서 서성이는 하얀 털복숭이를 내려다보는 눈이 자주 시큰해진다. 어린 강아지의 잠은 자라나는 시간이지만 너의 잠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 오래 잠든 너를 보면 흐뭇함보다 불안함이 커지지만 지금은 많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야. 오직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만을 떠올리고 싶어. 하나의 계절을 무사히 건너는 일이 이렇게 힘겨웠나 싶어 안쓰럽고 대견한 마음을 너는 알까.


25일 밤에는 소중한 이들과 한 가지 약속을 나누어 가졌다. 우리 크리스마스에는 평생 이렇게 예쁘고 무용한 선물을 하자. 강릉 바다에 갔다가 네 생각이 나서 샀다는, 조개가 달린 끈 책갈피와 손편지처럼. 이렇게 작고 소박한 것에 감동하며 살자. 너희와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나는 조금 더 반듯하고 예쁜 사람이 되고 싶어 져. 딸기가 가득 들어간 케이크보다 달콤하고 맛있는 시간을 우리는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불렀다.


메리크리스마스.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안부를 품고 살아가겠다는 말.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 보고 싶은 할머니,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멀어진 모든 인연들에게.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영원히 메리크리스마스.








강릉에서 건너온 선물


마음이 찡해지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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