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엮는 마술사

by 소혜


찬바람이 불면 엄마는 집안 곳곳에 사랑을 엮어놓았다. 털실로 만든 가방, 발 매트, 앙증맞은 모자가 달린 강아지 옷까지. 엄마에게 겨울은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건너는 계절인 듯했다. 가느다란 실들이 부지런한 손길을 만나 애정 어린 물건으로 태어날 때면 엄마가 꼭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지금도 나는 알록달록하고 포근한 집안의 풍경과 커다란 주전자에서 풍기는 도라지차의 냄새로 겨울을 느끼곤 한다.


어릴 적 방학 숙제로 뜨개질을 한 적이 있다. 엄마와 달리 손재주가 없고 뭐든지 금방 실증을 느끼는 나는 노란색 목도리를 고작 손바닥만큼 떠놓고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결국 눈 깜짝할 새 지나간 겨울 방학의 끝에서 시무룩한 얼굴로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그맣고 엉성한 실뭉치는 엄마의 손길이 닿자 겨우 이틀 만에 내 키만큼 길어졌다. 엄마는 내가 무언가를 부탁할 때마다 그럴 줄 알았다며 홍시처럼 말랑한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린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마술사가 되어준다.


생각해 보면 엄마의 겨울은 늘 그렇게 흘러갔다. 쉬지 않고 따끈한 무언가를 뚝딱 만들고 다듬는다. 갓 지은 밥과 찌개, 향긋한 도라지차, 실로 만든 섬세한 물건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겨울의 풍경 중 하나이다. 나는 이 오래된 골목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사랑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한결같이 다정하고 푸근하게 나를 데우는 사랑. 어떠한 기대나 바람도 없이, 오직 사랑만을 엮어 이 공간을 따스히 채워가는 그녀와 앞으로도 수많은 겨울을 함께하고 싶다.







털실 입은 털복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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