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마크 게히
25-26 여름 이적시장은 많은 기록을 갈아치우는 역대급 이적시장이었다. 1,000억원의 몸값이 넘는 선수들의 대이동이 일어났다.
더 타임즈의 기자 톰 알넛의 트윗에 따르면 유럽축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여름 이적시장 넷스펜드 수치(순 지출에서 순 이익을 뺀 값)는 €1.5Bn, 한화로 약 2조 4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라리가(스페인), 분데스리가(독일), 세리에A(이탈리아), 리그앙(프랑스), 에레디비지(네덜란드), 리가 포르투갈(포르투갈)의 넷스펜드 수치를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한다. 그만큼 프리미어리그에는 거대한 규모의 자본이 굴러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이번 이적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태업’이었다. 뉴캐슬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알렉산더 이삭은 프리시즌부터 팀 합류를 거부했다. 브렌트포드에서 뉴캐슬로 이적한 요아네 위사는 이적을 위해 팀 훈련에 불참 통보를 했고, 이적이 불발되기는 했지만 웨스트햄의 루카스 파케타는 아스톤 빌라 이적을 위해 태업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적을 위해서라면 기존 팀과의 계약과 팬들의 지지 따위는 전혀 중요시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양상이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반면, 크리스탈 팰리스의 마크 게히는 이적시장 내내 리버풀과 깊은 이적설이 있었지만 끝까지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적 직전의 상황임에도 팀의 리그 경기에 모두 출전하고 골까지 기록하면서 팰리스의 시즌 초반 무패 행진에 크게 기여했다. 주장으로서 팀과의 계약, 팬들과의 의리 모두 지켜냈다.
하지만 이적시장 마지막 날, 리버풀과의 이적이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팰리스의 감독, 글라스너의 결사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마크 게히는 매우 실망했고 팰리스 동료들 역시 게히의 이적 불발에 매우 황당해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적을 위해 ‘태업‘을 한 선수들은 본인의 뜻대로 이적이 성사되고, 끝까지 팀에 남아 본인의 역할을 해낸 뒤 아름다운 이별을 하려했던 선수는 끝내 이적에 실패했다. 모순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모범적인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손해를 보게되는 시대가 왔다니. 참담한 심정이다.
물론 태업을 해서 본인이 원하는 팀으로 이적하여 기뻐하는 선수가 있을 것이고 이적한 선수를 영입한 팀은 선수의 태업으로 빠른 이적 처리에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성사된 이적이 과연 좋은 점만 있을까? 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선수들에게나, 팀들에게나, 팬들에게나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태업을 감행한 선수에게는 강한 비판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본인이 이행해야하는 계약을 철저히 위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적이 성사되더라도 ‘태업한 선수’ 라는 꼬리표가 붙어 강한 비판에 부담을 가지게 되고 선수가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는데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선수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팬들 입장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전혀 좋지 않다. 만약 본인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태업을 하고, 팀 합류를 거부하며, 언론에 본인 소속팀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했다고 생각해보라. 정말 복장 터지는 상황이다. 그 선수와 그 선수를 지지하고 응원하던 팬들의 관계는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선례들은 훗날 진행될 이적 사가에도 논란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계약에 반항하며 이적을 밀어붙이는 것이 빠른 이적 성사에 도움이 되고 팀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이적이 불발되고 마는 오늘날의 이적 행태는 미래의 이적시장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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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태들은 이적시장, 더 나아가 축구계 전체를 점점 병들게 한다.
실제로 텔레그래프의 제이슨 버트 기자는 게히와 이삭의 이적 건을 예로 들면서 이적을 위한 ’태업‘이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비판했다. 그와 동시에 이를 제재할 구체적인 방안을 몇가지 제시했다.
1. 시즌 시작 전에 이적시장을 닫아라
2. 훈련, 출전 거부자는 공식 이적 협상을 막아라
3. 모든 선수에게 바이아웃 조항을 의무화하라
4. 이적료, 비용, 연봉을 모두 공개하라
바로 시행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는 몰라도 꽤 괜찮은 방법 같다.
아무리 축구에서 ‘낭만’이 사라진지 오래라고는 하지만 계약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상황이 오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