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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다는 말을 넘어서

존재를 지지하고 성장을 함께 고민하는 리더십

by twelve celsius


1. 떠나는 팀원을 보며 마주한 리더십의 본질


얼마 전, 한 팀원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가 퇴직 의사를 말하던 날 이후 며칠 동안, 저는 깊은 성찰에 빠졌습니다.


"너는 우리 회사에 정말 중요한 사람이야."

제가 그 팀원에게 여러 차례 건넨 말이었고, 그는 제 진심을 이해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몇 달 후, 그는 떠나겠다는 결심을 안고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짐을 챙겨 회사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정말 그를 중요한 사람으로 대했을까?"


문득 저 역시 과거 상사들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제가 현실에서 느꼈던 것은 달랐습니다. 회사의 상황을 바꾸는 데 역부족인 답답한 지시사항들, 말뿐인 인정, 그리고 이 조직에서 성장한다고 해도 채워지지 않을 구조적 한계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났습니다.


결국 저도 그 조직을 떠났고, 돌이켜보니 그때 무의식적으로 '말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더 이상 견디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2. '중요하다'는 말이 가진 무게와 책임


조직행동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심리적 계약 위반(psychological contract violation)'이라고 부릅니다. 말로 주어진 약속(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정)이 현실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결국 조직을 떠나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너는 중요해'라는 말을 반복하면, 그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현실에서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 말이 현실과 괴리가 있을 때, 오히려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그림자(불안, 결핍, 무가치감)가 더욱 강렬하게 떠오르며 관계가 멀어지게 됩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계약 위반은 직무 불만족, 근무의욕 감소, 이직의도 증가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현실에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누적되어 결국 신뢰 붕괴라는 부정적 루프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중요한 사람'이라는 반복된 인정은 오히려 구성원에게 내적 압박과 불안을 가중시키며, 결국 자신의 자율성을 되찾기 위한 반발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성 없는 칭찬과 인정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3. 리더가 마주하는 부담과 현실적 한계


진정으로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성장 경로를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상의 조직 환경에서 이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현실적으로:

- 조직의 미래는 항상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개인의 성장은 조직 상황, 전략적 방향, 시장 변화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약속하기 어렵습니다.

- 모든 구성원에게 개별적이고 명확한 성장 비전을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리더들이 충분히 와닿는 '현실적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결국 말로만 중요함을 강조하게 되는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4. 진정한 리더십: 말을 넘어선 행동으로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앞으로 제가 실천하고자 하는 새로운 리더십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신중한 언어 사용과 행동적 증명: '중요하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으며, 말한 뒤에는 반드시 현실에서 이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줍니다. 일관된 태도와 행동의 일치는 리더십 존재감의 핵심 요소입니다.


② 공동의 성장 경로 설계: "너는 중요해"라는 일방적 선언보다, "우리 함께 당신의 성장 경로를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접근이 더 진정성 있고 실현 가능합니다.


③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 구성원의 단기적 성과보다 그들의 존재 자체에 대한 진정한 존중을 표현합니다.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함께 설정하고, 일상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 지속적인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④ 심리적 안전감 조성: 합리적이고 투명한 소통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조직 내 불확실성과 환경적 충격을 최소화합니다. 이는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5. 리더십의 깨달음: 존재에 대한 약속과 책임


아끼던 팀원의 퇴사를 경험하며, 저는 리더십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얻었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사람은 한두 마디 '말'로만 붙잡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리더는 구성원의 존재에 대한 진심을 일상의 관계와 행동으로 꾸준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 책임이 때로는 무겁고, 성장 경로가 불확실할지라도, 팀원과 함께 그 불확실성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함께 견뎌내며, 진심으로 그들의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 말은 약속이며 책임입니다.
리더는 행동으로 이를 증명해야 합니다."


리더십의 진정한 가치는 말이 아닌 행동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와 성장을 진심으로 지지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것이 제가 '중요하다는 말을 넘어서' 깨달은 리더십의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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