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2020.01.09)
지네가 걸어가는 것을 유심히 본 여우가 다가와 물었다.
“지네야, 넌 그 많은 다리를 어떤 식으로 움직이니?”
지네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언제나 그냥 걸어 다녔어.”
여우가 말했다.
“그럼 절대로 안 돼. 수백 개의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려면 어느 다리를 먼저 내닫고 어느 다리를 그다음에 내디딜지 분명한 체계가 있어야 해.“
그다음부터 지네는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특이하게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었던 구절을 먼저 소개하며 글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출처는 확실하지 않은데 어느 우화로 알고 있습니다. 며칠 전 알라바마 주재원분과 법인의 조직문화진단 점수가 낮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어떻게 하면 조직문화 진단 점수를 높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기업문화팀에서 알려 달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말문이 턱 하고 막혔습니다.
지난해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의 기업문화를 더 좋은 문화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회사의 기업문화 아이덴티티를 찾아서 방향을 잡으려 했고, Flow나 차세대 그룹웨어 등을 통해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자 했고, Culture Agent(CA)를 활성화시켜 좋은 기업문화를 바꾸는 주체, 동력원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사내 익명게시판을 만들고 다양한 간담회를 통해 구성원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Boom-Up 이벤트와 칭찬 이벤트, 여러 가지 캠페인, Culture Change Program 등을 운영하면서 조금이나마 구성원들의 변화를 이끌어 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고 자연스레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기업문화를 좋게 하는 제대로 된 분명한 체계를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처럼, 의식하지도 못하고 숨 쉬는 것처럼 문화란 것도 자연스레 생성되고, 변화되고, 사라지는 것인데, 너무 전략적인 시스템적 사고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되면서, 잠깐 멍해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가끔은 아주 자연스러웠던 몸동작도, 생활 습관도, 숨 쉬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골프나 검도 같은 것을 배울 때도 오랜 연습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되던 것을 조금 수정해 볼까 하며 의식적으로 동작을 하다 보면 매우 부자연스러워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다시 한번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업문화 관련해서도 다시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좋은 기업문화의 기본을 제 입장에서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그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회사에 오는 것이 막 좋지는 않아도 두렵지는 않은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내일 기업문화팀 구성원 모두 모여 2020년을 어떻게 멋지게 이끌고 갈지 워크숍을 하려고 합니다. 이때 다시 한번 가장 기본을 돌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