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and Take (2020.03.27)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모친을 모시고 외출을 나가다 보면 보통 대화의 주제가 친척이나 주변 지인들의 근황과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 중 모친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이 ‘내가 예전에 지들한테 얼마나 잘해 줬는데, 지들이 어떻게 그래?’라는 말입니다. 모친께서 그 이야기의 주제가 된 분들한테 베푼 것들을 하나하나 요목조목 기억해서 이야기하시면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이 들다가, 정말 그들에게 받은 건 없는지, 아니면 베푼 것만 기억하시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집에 가만히 잘 계시는 모친 디스로 글을 시작해서 모친께 죄송하네요. 사실 우리 모친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기가 은혜를 베푼 것을 기억하고, 자기도 그만큼 그 사람에게 받았나 계산하는 것 말입니다. 저도 결혼을 하고 보니 축의금 때문에 얼마나 받았는 지를 체크하면서, 그분이 낸 축의금에 따라서 경조사비를 맞추었습니다. 제개 낸 금액도 대강 기억하다 보니 제가 낸 금액보다 적게 낸 사람이 있으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인생에서 주고받는 게 꼭 1:1로 매칭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따지면 Even, 즉 쌤쌤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주재원을 나가서 타지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베풀고 베풂을 받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다 보니 위와 같은 생각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저희 부부가 독일 생활에 정착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회사 분들도 있고 교회 분들도 있고, 심지어는 우연히 알게 된 분들도 있습니다. 그분들에게도 고마움도 많이 표현했고, 보답도 하려고 노력도 했지만 분명 충분치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거꾸로 저희가 독일 생활에 적응이 되고 난 후에는 그분들이 아니라 새로 알게 된 분들에게 거꾸로 비슷한 도움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베풂을 받는 대상과 베풂을 주는 대상이 다르지만 결국 베풀고 베풂 받는 것을 계산하면 비슷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확신했습니다.
돈이 가장 쉬운 예이니 경조사비로 다시 한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냈던 사람한테 금액 그대로 받는 것은 당연히 불가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여러 군데 경조사를 열심히 다닌 사람들은 그만큼 경조사비를 받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더라구요. 어딘가에서 못 받은 것은 다른 곳에서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금액 하나하나 상대방에 맞춰서 내고받으려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리고 그 이익과 손해에 대해서 열심히 계산하려 하지만, 대략적으로 큰 금액으로 봤을 때는 대충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대충 채워지지 않더라도 여유 있는 분들은 어려움이 없고,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만큼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저의 인생 지론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어딘가에 베풀면 분명히 상대방에게서는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라도 베푼 것이 돌아온다는 것 말입니다. 또 내가 어딘가에서 은혜를 받더라도 그걸 꼭 그 상대방에게 그대로 갚으려고 강박을 가져봤자 불가능하다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베푼 상대방도 또 어딘가 다른 사람에게서 또 다른 베풂을 받을 걷입니다. 이 믿음으로 세상도 돌아가는 건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결국 쌤쌤이 된다는 것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돈도 그렇고 도움도 그렇고 필요한 상황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그런 베풂의 크기는 돈, 시간, 난이도 같은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필요한 상황이고, 상대방이 필요한 상황에 베풂을 주면 또 때마침 내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굳이 그대로 마치 질량 보존의 법칙 마냥 1:1 매칭하여 베푸는 게 아니라, 필요한 누군가에게 베풀기도 쉬워지고, 내가 필요한 상황에 도움받기도 쉬워집니다.
이번 주는 코로나 때문에 근무시간 조정을 위해서 양보해 주신 분들이 있어서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싶어서 글을 쓴 건데, 마치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배려받으세요라고 전달하는 것처럼 글이 써져서 저도 조금 당황스럽네요. 다시 정리하면, 곡 내가 이번 주 근무시간을 희생했으니, 다음 주에는 양보받은 당신이 희생할 차례입니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겁니다. 본인이 상대방을 배려해서 양보했던 것이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로부터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내가 필요할 때 돌려받을 거라는 믿음이 더 세상을 좋게 만들고, 우리 마음의 평화도 가져올 거라는 말입니다. 무조건적인 Giver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 Give한 만큼 언젠가 어디서에든 누군가한테 Take 할 거라고 맘 편히 먹고 Give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너무 지겹고 힘드시겠지만, 같이 힘냈으면 합니다. 좋은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