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2020.04.10)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사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이전 독일에서 살던 집은 공기 좋고 사람 없고 나무가 많고 정원도 있고 해서 힐링이 되는 집이었지만, 이른 새벽부터 새들이 우는 소리에 잠을 깰 정도로 새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한 번은 창문을 열어 놓았더니 새가 한 마리 집에 들어와서 난리법석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새와 관련해서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와이프가 정원 나가는 곳을 셔터까지 내리고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본인이 소파에서 앉아서 쉬고 있는데, 새 한 마리가 유리창으로 돌진해 오더니 거의 유리창을 깨트릴 정도로 부딪친 뒤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워낙 비둘기 같은 새에 대한 공포가 있던 와이프는 잘 쳐다보지도 못했고, 흘끔흘끔 봤더니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 너무 무서워서 셔터까지 내리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매우 소심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기절해서 다시 날아갔길 기도하면서 셔터를 올렸습니다. 정원에서는 저의 기대를 저버린 채 작은 새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누워 있더라구요. 정말 유리창에 부딪혀서 죽은 건지, 아니면 죽을 때가 되어서 유리창에 부딪힌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저와 와이프는 어떻게 할 줄 몰라 여기저기에 물어봤습니다. 혹 이런 걸 처리해 주는 독일 관청 같은 것이 있기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확인 결과 죽은 야생 동물은 묻지 말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당연히 그 일은 제 몫이 되었습니다. 신문지에 죽은 새를 싸서 처리하면서 정말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또 이렇게 하나 늘어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렇게 하기 싫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어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몫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 궂은 일을 어쩔 수 없는 이유에서라도 마다하지 않고 하는 것,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그것을 하는 것이 어른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 말하면 해야 할 일을 잘 하는 게 어른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어른입니다. 잘 하지 못하더라도 어른으로써 해야 할 일은 해야만 합니다. 살다 보면 생기는 제 몫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 최선이 아닌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일이 한 사회의 구성원 중 어른이라면 꼭 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어른이 점점 되는 것입니다.
좋은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