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2020.04.29)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우리 팀원들 덕분에 갑작스러운 장인어른 상이었지만, 무사히 잘 치르고 복귀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 드립니다. 오늘은 장례를 마치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들었던 짧은 생각들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역시 죽음에 대한 것입니다. 어떤 죽음도 안타깝지 않은 것이 없고, 슬프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장인어른이 돌아가시면서 와이프의 상심이 매우 큰 듯합니다. 장모님께서 췌장암 판정을 받으시고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받으시느라 최근 1, 2년 간은 모든 가족이 온전히 장모님에게만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와이프는 아직 두 돌도 안 지난 아기 육아까지 하려다 보니 장인어른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겠지요. 특히 최근에 장모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셔서 병원에 쫓아다니느라 온통 그 걱정이다가, 정말 황망하게 장인어른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딸의 입장에서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모든 것과 이별을 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죽음을 항상 의식하면서 살 지 못하기에 끝을 예상하지 못하고 행동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앞서서 눈앞에 다가와 있는 끝이라는 것에 닥치게 되면 더 후회하고 슬퍼하고 아쉬워하기 마련입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입니다. 후회와 슬픔이 없을 수는 없지만,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삶과 함께 놓았을 때 교만하지 않고, 뒤로 미루지 않고, 더욱더 충실한 현재를 살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결국 삶과 죽음은 함께 한다는 것을 인정하되,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이 슬픔과 아쉬움을 줄이고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살다 보면 다시 죽음을 잊어버리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두 번째 떠오른 생각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었습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지요. 이런 말이 회사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경조사 때와는 달리 준비라는 걸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을 때 우리 회사의 경조사 지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힘들 때 도움받아야 확실히 더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것 같더라구요. 특히 제 업무인 ’기업문화‘와 연결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가 개인주의적이 돼 가고, 형제나 친척도 점점 숫자가 줄어들고, 장례문화도 변해가는 이 시점에서, 그럴수록 회사가 이런 경조사, 특히 조사에 대해서 더 섬세하게 챙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것이 또 구성원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외국 회사의 사례를 얼핏 본 건데 구성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중 연로하신 부모님 돌보는 방법이나 요양원 아내 관련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회사가 있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구성원들을 위해서나,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서나 선제적인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세 번째로 든 생각은 왜 사람들이 평범하고 평균적인 삶을 사는 것을 강조하는지 이해하겠다는 것입니다. 장인어른이 결혼을 늦게 하셔서 거의 마흔에 제 와이프가 태어났고, 저도 거의 마흔에 아기를 낳다 보니 외할아버지와 손녀 간의 추억을 쌓을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이 너무 아쉬었습니다. 특히 제 딸이 할아버지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것이 분명하니 그게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평균적으로 30대 초반에 아이를 낳았으면 그런 아쉬움은 없었겠지요. 그리고 형제를 둘은 낳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해가 가더라구요. 형제가 가까운 친구보다 못할 때가 있다고 말들도 하지만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건 결국 형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둘은 낳아야지 하는 어른들의 말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하더라구요. 결국 적당한 나이에 결혼하고, 남들처럼 비슷한 시기에 자녀를 가지고, 그 자녀도 둘 정도 가져야 하는 게 일반적인 우리들의 인생에서 어려움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평범하고 평균적인 삶을 어른들이 강조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평범하고 평균적인 삶이 또 가장 어려운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또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하고 평균적인 삶을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돌아봐야 할 대상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이것도 직업병인지, 역시 업무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우리 경조사 휴가나 학자금 같은 제도들은 평균적이고 평범한 구성원들에게 맞추어져 있지만, 거꾸로 더 힘든 사람은 평범하지 않고 평균적이지 않은 구성원들이 아닐까 합니다. 비혼을 선택한 사람이라던지, 자녀를 가지지 못하거나 자녀를 가지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이라거나, 아무튼 이런 분들이나 이런 상황들에 대해서도 챙기고 지원할 수 있는 회사가 진정으로 안정감을 가지고 로열티를 가지게 만드는 회사가 아닐까요? 평균적인 것에 맞춰서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어려운 다양한 사례들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 보았습니다.
내일부터 긴 연휴가 시작되는 데 쓸데없는 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아닐까 걱정입니다. 즐거운 연휴기간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