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S SF: Science Technology, Society SF
"STS는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탐구하는 학문 분야다. 과학기술은 이제 여러 영역에서 실존적 위기를 일으키고 있고, 나는 문학이 여기에 대응해야 하며,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장강명 작가의 말 발췌
REVIEW
장강명 작가를 좋아하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선택했다. 그동안 장강명 작가의 글은 우리의 삶을 면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기에, 이 소설이 SF 기반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고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SF라는 사실에 당황한 것은 순간에 불과했다.
첫 단편인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부터 마지막 단편인 '데이터 시대의 사랑'까지 단숨에 읽어냈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일까,
확장된 몸과 줄어든 자율성?
무제한으로 늘어난 알 수 있음의 범위와 모호해진 정체성?
이 소설은 근미래를 가정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펼쳐진 세상은
소름돋게도 지금 바로 내 앞에 놓인 삶들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창문 밖이 아닌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며 날씨를 가늠하고, 매일 아침 같은 동선으로 출근하면서도 카카오맵을 사용해 다음 열차와 버스의 도착 시간을 시시각각 확인하고, 식사를 정하는 것은 나의 취향이 아닌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의 평점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추천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알고리즘의 추천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흘려 보내는 시간들까지.
기술의 발전은 눈부시고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유영하며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주장했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내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감각이었다. 기술이 나를 편리하게 만든다고 여기며 이 모든 것을 누리는 사이에 점차 나를 나로 만드는 자율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그 경고가 있었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어차피 인간은 다 주관적 현실 속에서 삽니다. (중략) 주관적 현실을 들고 객관적 현실과 싸우려 한거죠.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선 결과가 농담 같았고, 그냥 그걸 농담으로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뜨거운 별에
"사람은 오답을 선택하면서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쌓아가는 것이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을 먹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되더라도, 누군가 몰래 물에 타놓은 그 약을 모르고 먹게 되는 것과 스스로 복용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나무가 됩시다
"오직 안전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무런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데이터 시대의 사랑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미래가 어떨지 몰라야 사랑하고 모험하고 발견하고 결단할 수 있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고, 그 신작을 읽으며 생경한 자극을 느끼는 건 정말로 즐거운 일이라는 걸 또 한 번 깨달았다. 우리 앞에 놓인 진정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장강명 작가의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세상"을 당장 읽어보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