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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의 도시 - 부산 -

by 장호철

부산 출신인 내게 서울과 부산은 어떻게 다르냐고 많이 묻는다. 서울은 비교적 평지가 많다. 거리는 크고 넓으며, 큰 거리를 기준으로 골목이 이어져 있다.


뉴욕 출신 기업인 마크 테토가 서울은 '골목'의 도시라고 했듯이, 크고 작은 서울의 골목에는 수많은 사람이 매일 숨쉬고 있다. 테헤란로, 뱅뱅사거리와 같은 큰 도로와 이질적인 골목의 매력은 외지인에게는 신기한 경험일 테다.


그에 반해, 부산은 '언덕'의 도시다. 산과 바다, 언덕, 산비탈길, 계단 등 높낮이가 있다. 가파른 산복도로와 언덕 줄기마다 빼곡한 주택가, 내리막길 사이 사이에 자리 잡은 구멍가게, 그리고 낮부터 이미 취기가 오른 아저씨들, 저마다의 국밥 맛집, 그리고 식탁마다 놓여잇는 대선과 좋은데이, 아저씨 안주는 정치와 야구, 지루해하는 어머니와 아이들.


진짜 부산의 삶은 이름 없는 이곳 언덕 줄기에서 "매일 숨쉬고 먹고 마시고 논쟁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존재한다"


여행하러 온 사람들이 보는 바닷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해운대에 즐비한 고층 아파트, 바닷가를 밤새 비추는 감성 술집, 여름 밤바다의 낭만을 즐기는 커플, 싸우고 화해하는 친구와 가족, 합석을 위해 돌아다니는 남녀, 이것 역시 부산의 모습이지만, 전부가 아니다.


차 1대가 겨우 지나는 골목과 언덕을 다니는 버스, 그 와중에 칼치기하는 택시와 배달 오토바이, 상호를 까먹었지만 찾아올 수 있는 맛집들, 보이는 것이, 이름 지어진 것이 전부가 아닌, 아름답고 자유로운 공간들이다.


횡으로 이어진 서울의 골목과 종으로 이뤄진 부산의 언덕은 언뜻 맞닿아있지만 다르기도 하다. 솔직하고 꾸밈없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속으론 자랑스럽다.


부산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진짜 부산은 무엇인지, 부산의 참 맛을 느끼러 오라, 천명의 부산사람에겐 천개의 국밥 맛집이 있듯이, 부산의 얼굴은 셀 수 없이 많고, 만질 수 없이 아름답다.


#마크테토의 서울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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