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서 함께 자란 이름들

형제자매와 함께 자란 기억에 대하여

by 디바인힐러


오늘 사랑하는 언니가 볶음콩과 호두, 검정콩등을 많이 보내왔다.

동생 잘 챙겨 먹고 건강하라고

늘 감사한 마음이다.


상자를 여는 순간
고소한 냄새보다 먼저
어릴 적의 장면들이 밀려왔다.


그 시절 우리는
서로를 위해주던 방법을
굳이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많이 가진 건 없었지만
나누는 일에는 늘 서툴지 않았다.


언니는 늘 나를 데리고 다녔다.
공원으로,
바람이 잘 드는 언덕으로,
사람들보다 나무가 더 많은 곳으로.
그 곁에서 함께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지금은 제목도 가물가물하지만
그 멜로디만큼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노래를 부르면
괜히 더 씩씩해졌고
언니 옆에 있으면
세상이 조금 덜 무서웠다.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의 깨칼국수 냄새가 먼저 맞아주었다.
구수한 검정깨 향이 부엌 가득 퍼지던 저녁.
국물을 한 숟갈 뜨기도 전에
하루의 피로가 먼저 풀리던 시간.


그 냄새는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위로였다.


귀엽기만 하던 남동생들도 떠오른다.
늘 부산스럽게 웃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던 아이들.
어느새 다 커서
이제는 오히려
나에게 웃음을 주는 어른이 되었다.


세월은 참 빠르게 흘렀지만
그 시절의 따뜻함은
조금도 낡지 않았다.


오늘 언니가 보내준 콩 한 봉지에는
먹을거리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서로를 챙기던 마음,
같이 자라며 버텨낸 시간,
말없이도 이어지는 정.


형제자매는
같은 기억을 나눠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콩 볶는 냄새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그 따뜻했던 시간에 감사한다.
언니에게 감사하고
동생들에게 감사하고
그 모든 순간을 만들어 준
엄마의 부엌과
그 집의 공기에 감사한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어도
그리워할 수 있어
오늘이 더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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