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하나 남기고 떠난 생명이 내게 남긴 것들
연못을 둘러싼 천여 그루의 나무와 꽃들 사이, 잉어 떼는 수면 위를 헤치며 떠올랐고,
그 움직임은 마치 한 폭의 묵화처럼 고요했다.
바위 위 우렁이 알은 분홍빛으로 반짝이며 작은 집을 지었고, 우리는 그 순간,
정자 옆 풀섬에서 웅크린 암을 발견했다.
그날 남편이 농장의 풀을 베기 위해 정자 쪽으로 다가섰을 때였다.
그녀는 날아오르지 않았고, 놀라 도망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먼저 남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온몸의 침묵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뒤로 물러섰다.
혹시 누군가가 다가올까 조심스레 풀섬 주위에 작은 밧줄을 둘렀다.
그 후 며칠 동안 마음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일주일 뒤 다시 찾아갔을 때, 까투리는 이미 떠나 있었다.
대신 풀잎 아래 햇빛에 부서진 하얀 알껍질 몇 조각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부재가 아니라 완료된 생명의 흔적, 끝까지 지킨 자리의 증거였다.
우리는 깨달았다.
모성은 말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머무른 자리에 남는 태도라는 것을.
자신보다 앞선 존재를 선택하고,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존엄이었다.
조용히 속삭였다.
까투리야, 너는 좋은 어미였구나.
혹시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우리 농장에 와,
또 생명을 품고, 사람들에게 말 없이 자리의 힘을 보여주렴.
말보다 오래 남는 것은 결국, 끝까지 품고 견뎌낸 자리가 남긴 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