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쉼이 되기 위해 하늘을 삼켰어
세상이 아직 숨을 배우던 때,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씨앗 하나가 있었다.
그 씨앗은 바람에 실려 떠돌다가
하늘을 향해 조용히 싹을 틔웠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저건 뿌리도 없고, 땅도 없는 나무잖아.
곧 쓰러지고 말 거야.”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그들은 눈을 반짝이며 속삭였다.
“저건 하늘나무야.
구름을 먹고 자라난대.”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별이 손에 잡힌대.”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이상한 나무를
‘하늘나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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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무는 정말로 구름을 삼켜 자랐다.
맑은 구름을 먹을 때마다
마을 위에 드리운 먹구름과 먼지가 사라졌다.
사람들의 얼굴에도
조금씩 햇살이 번졌다.
그 나무는 숨 쉬는 땅과
깨끗한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사람들에게 조용히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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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해, 큰 가뭄이 찾아왔다.
우물은 말라붙고,
아이들의 입술도 갈라졌다.
사람들은 하늘을 원망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하늘나무가 바람결에 속삭였다.
“내가… 너희에게 비를 내려줄게.”
그리고 조용히 주문을 읊었다.
“구름아, 모여라.
빗방울아, 흘러라.
아이들의 웃음이 되라.”
그러자 멀리 달아났던 구름들이 몰려왔고,
나무의 잎사귀에서 맑은 빗방울이 쏟아졌다.
마을은 단숨에 촉촉해졌다.
땅이 숨을 쉬고, 아이들의 눈빛이 다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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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해에는 큰불이 났다.
산자락이 불길에 삼켜져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하늘나무는 속삭였다.
“내가 품은 비를 내릴게.”
그리고 낮게, 노래처럼 주문을 읊었다.
“불꽃아, 잠들어라.
빗방울아, 깨어나라.
모두의 두려움을 적셔라.”
그러자 나무의 줄기에서
쏟아지는 은빛 비가 불길을 덮었다.
불은 잠잠해졌고,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때 사람들은 깨달았다.
자연의 균형이 깨지면
우리 삶도 불타버린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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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오면 비를 내리고,
불이 나면 비를 품어내고,
어둠이 길면 빛을 불러내던 하늘나무.
사람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세상의 고통을 삼키고
쉼을 내어주는 존재라는 것을.
그 안에는 인간이 저지른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상처까지 품어내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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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하늘나무는 마지막 먹구름을 삼키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사람들은 탄식하며 말했다.
“이제 우리의 쉼도,
하늘과 닿는 길도 사라졌구나.”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 자리에는 푸른 씨앗 하나가 놓여 있었다.
씨앗은 바람을 타고
한 아이의 손바닥에 도착했다.
그 순간,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나는… 너의 쉼이 되기 위해 하늘을 삼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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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아이들은 씨앗을 심고 물을 주었다.
새로운 하늘나무가 싹을 틔웠다.
그리고 매년 여름이면,
하늘엔 고요히 흰 구름 한 조각이 떠 있었다.
마치 하늘나무가 남긴 약속처럼,
지금 우리가 잊고 사는 자연의 순수함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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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누군가의 그늘이 되기 위해
스스로 하늘을 감내하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의 조용한 희생이
우리가 숨 쉴 바람이 되고,
마실 비가 되고,
쉬어갈 그늘이 된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하늘 아래에도
누군가의 쉼이 자라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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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먹고 자란 나무》는
환경과 인간의 공존 속에서
누군가의 쉼이 되기 위해
조용히 세상을 감내하는 존재들의
희생과 사랑을 담은 동화입니다.
브런치 감동 시리즈 보기 (민트링크): https://brunch.co.kr/@5afb6438f757404
글·그림 ©divinehe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