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에서 태어난 엄마, 탁한 물에서 눈뜬 아이의 이야기
엄마는 물고기였습니다.
끝없이 흐르는 강물 같은 존재.
엄마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흐르기만 해도 괜찮아.
물고기는 흐를 때 살아 있어.”
그 말이 나는 좋았어요.
살랑살랑, 노래처럼 들렸거든요.
그러나 나는 흐르는 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태어났을 땐
강이 이미 말라 있었거든요.
물은 검게 탁했고,
비닐과 기름이 떠다녔어요.
나는 그 속에서
숨 쉬는 법을 먼저 배웠어요.
흐르는 법은 몰랐죠.
지느러미에
뭔가가 걸렸어요.
움직일수록 아팠고,
끝내 찢어졌어요.
나는 한쪽 지느러미 없이
강 한가운데 떠 있었어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외쳤어요.
“엄마, 나 숨 쉴 수가 없어요…”
하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어요.
강물은 고요했고,
내 마음만 깊이 가라앉았어요.
그날,
강가에 한 아이가 찾아왔어요.
작은 손으로 종이배를 띄우며
조용히 말했죠.
“강은… 다시 흐를 수 있대요.”
그 말이
물결을 따라 내게 닿았을 때,
가슴이 조용히 뛰기 시작했어요.
검게 변한 내 비늘 사이로
맑은 빛이
작게, 그러나 분명히 살아났어요.
나는 천천히 움직였어요.
숨을 들이마시고,
살짝 몸을 떨었어요.
그날 밤,
강 위엔 종이배가 떠 있었고,
하늘엔
하얀 물고기 구름이 흘렀어요.
나는 내 몸에 남은
마지막 빛나는 비늘 하나를
아이의 손에 건넸어요.
“나는…
너의 마음을 기억할게.”
흐름은,
잊힌 자리에서도 끝내 살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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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흘러야,
강도 다시 흐를 수 있어요.
이 세상에는
흐르지 못한 채 태어난 생명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언제나 흐를 수 있는 마음이
빛처럼 찾아온다.
그 마음이 세상을 다시 흐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