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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셀프감리 - 맺음말

왜? 목조주택이여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

by 강팀장

이번 칼럼으로 목조주택 감리에 관한 긴 여정의 맺음을 하려 한다. 글을 시작하고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 되돌아보면 빠진 부분과 보완해야 할 사항도 있는 모자란 글이었지만, 그래도 큰 줄기는 다 전달하

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에는 그간 이야기하지 못했던, ‘왜 목조주택이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생각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필자가 처음 목조주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은 후나세 슌스케(船瀨俊介)의 <콘크리트의 역습>(마티, 2012)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콘크리트 고층 아파트를 최고의 주택으로 알던 나에게

책 내용은 상당한 놀라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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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들이 있었다. 그중 한 실험은 ‘생쥐 생존 실험’이었다. 콘크리트, 철, 나무로 만든 상자 안에 생쥐를 두고 얼마나 생존하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콘크리트와 철 상자의 생쥐는 며칠 만에 죽었고, 나무 상자 속 생쥐는 계속 생존했다. 그는 주요 원인을 냉복사로 보고, 이는 콘크리트

와 철의 차가운 특성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사례도 있다. 저자는 일본 내 목구조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된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 평균 성적과 병가로 인한 결석률, 학교폭력 발생률 등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목구조로 된 학교 학생들이 성적도 우수했으며, 결석률이나 학교폭력 사건 발생률도 현저히 적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결과는 나무가 가지고 있는 따뜻함, 소리를 부드럽게 변화시키고 나무 특유의 색상등 여러 가지 특성 때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나아간 실험도 있다. 일본 목조건축 연구가 하시모토 타케지로(橋本竹二郎)의 실험은 위와 같은 환경에서 상자 내부에 톱밥을 넣어 생쥐의 번식률과 유산율을 점검했다. 그 결과 철과 콘크리트 상자 속 생쥐는 번식률이 낮고 유산율은 높게 나왔다. 나무 상자 속 생쥐는 그렇지 않았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콘크리트 주택과 샌드위치 패널 주택은 내부를 목재로 장식해도 그 안에 사는 생명체에게는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건물을 이루는 주재료가 목재가아니라면, 내부 인테리어를 목재로 해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 외에도 다양한 논문이 존재한다. 고층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거주할 때 렘 수면 장애가 생길 위험이 증가한다던가, 5층 이상 거주했을 때 임산부 유산율이 두 배 증가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위와 같은 내용들은 특히 국민 90%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종의 기원>을 읽고 목조주택과 연결해 느낀 필자의 생각은 우리는 결국 지표면에 뿌리를 둔 생명체라는 점이었다. 땅속에 사는 두더지도, 하늘을 나는 새도 아닌 지표면에서 평생을 보내도록 자연 선택된 존재 말이다.

그것은 곧 지표면에 있는 물질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인간에게 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하에 있는 석회석을 파내어 굽고 화학 처리하여 가루를 내 물을 부어 다시 굳혀서 상자 형태를 만들고 그곳에 인간이 거주한 다면 과연 건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여도 동물의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주 공간을 지표면에 있는 물질, 즉 목재로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명된 지 100여 년밖에 안 된 철근콘크리트 주택에 수십만 년에 걸쳐 조급씩 진화하는 인간은 쉽게 적응할 수없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실험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철근콘크리트 아파트 역사는 60여 년 전 여의도와 반포에서 본격적으로 대중화했다. 현재 아파트와 연립주택을 합쳐 주거 공간의 90%가 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다.

많은 사람이 전쟁 후 황폐해진 좁은 국토에 아파트 말고는 대안이 없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과 산림면적을 비교해 보면 국토 대비 면적 비율은 약 66%다. 우리나라는 대략 63% 정도다. 그런데도 일본은 단독주택 비율이 60%, 아파트(연립 주택

포함)는 40%로 현저히 낮다. 이런 통계는 ‘국토 면적이 좁기에 아파트가 대안’이라는 명제가 틀렸음을 말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왜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가 생기게 되었을까? 전쟁이 끝난 황폐한 국토에 당시 군사정권과 거의 모든 대기업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서울이라는 공간에 고층으로 인구를 밀집하게 거주하도록 해 산업 효율만을 강조했다. 그렇게 60년을 지내다 보니 ‘집’하면 아파트를 떠올리게 되었고, 단독주택은 춥고 불편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 목조주택이 상대적으로 추운 것은 낮은 단열 규정 때문이지, 목조주택의 특성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높은 단열 규정을 접목한 ‘제로에너지’로 건축물 에너지 기조가 잡혀있어 따뜻하다. 이 부분은이전 글인 단열 편에서도 충분히 이야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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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주거용 건축을 대기업이 주도하다 보니 나라 경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건축 관련 사업도 부익부 빈익빈, 대기업에 편중되었다.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역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처럼, 1년에 단독주택 2~3채 시공하는 지역 중소 건축가를 살려 실질적인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으로는 목조주택 위주의 토지

개발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지방 경제가 회생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사례를 보면 인구의 95%가 목조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 수치는 산업용 건물을 제외한 주거용 주택에 한정한 비율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이런 목조주택들의 평균 수명 또한 100여 년에 가깝다는 것이다. 목조주택도 매뉴얼 대로만 시공 한다면 콘크리트 주택 수명의 2~3배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정별 감리 제도’인 것이다. 필자가 이 칼럼을 쓴 이유도 현재 국내 목조주택에는 감리 제도가 없어 필자가이 점을 해결해 보고자 한 것이다.


북미에서 목조주택이 활성화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콘크리트가 비싸고 목재가 저렴해서는 아니다. 콘크리트 주택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거의 모든 주택을 목조로 짓다 보니 점점 저렴해지고 콘크리트는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다. 이 점을 많은 사람이 반대로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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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의 목조건축 기술 발전은 단순한 주택 건축을 넘어 산업 공간인 목조 빌딩(Mass Timber)으로 가고 있다. 건축재료인 목재는 콘크리트나 철과 같은 다른 자재와 반대로 오히려 탄소를 저장하며 지진에 강하고 상대적으로 자재 비용이 저렴하며 시공 또한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선진국이 목조주택에 투자하고 연구하는 원동력이다.

미국에는 공학목재(Engineered Wood)로 지은 ‘A scent MKE(위스콘신주 밀워키, 86.56m, 25층)’ 목조 빌딩이 있으며 캐나다에는 200세대가 한 건물인 6층 목조 아파트가 흔하게 지어지고 있다. 이렇게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목조 빌딩과 아파트가 활성화되고 있다.

기존 콘크리트나 H빔으로 건축하는 것보다 저렴하며 공사 기간도 단축되고 빌딩 수명도 짧지 않아 현재 미국에서만 1,400여 개에 달하는 목조빌딩 프 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시클라 지역에서 착공에 들어간 ‘우드 시티 스톡홀름(Wood City Stockholm)’ 프로젝트는 7만 6천여 평에 도시 하나를 목조주택으로 건설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 수많은 목조 건축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RE100(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운동) 등 국제사회는 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정책을 잇달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기 위해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목조주택은 이제 필수인 시대다.

지구 온난화의 근본 원인은 석유와 석탄을 산업 연료로 사용하면서 시작되었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동시에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했다. 이 탄소는 태양열을 가두는 온실 효과를 일으켜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고 극지방의 빙하를 녹이며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를 초래했다. 우리가 겪는 폭염과 폭우, 강한 태풍은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가혹한 환경이었던 초창기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게 된 지금의 지구가 되기까지는 ‘나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무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를 고정한다. 그래서 한 그루의 나무는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목재로서 집이 존속하는 동안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게 된다.


지하의 석유와 석탄으로 변한 대기환경을 원래 상태로 돌리는 방법은 다시 목조주택으로 지상에 저장하는 것, 즉 많은 주택을 목구조로 대처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목조주택의 가치가 있다. 목조주택은 단순히 따뜻하고 인간을 건강하게 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나무로 된 집 하나가완성될 때마다 그만큼의 탄소가 훨씬 적게 배출되고 또 오랫동안 땅 위에 묶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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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한 채는 평균적으로 약 2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나무로지어진다. (FAO (UN 식량농업기구) –“Forests and Climate Change” 보고서 “1㎥의 목재는 약 0.9톤의 CO2를 저장한다.”) 이는 자동차 수십 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나무로 지은 집이 늘어날수록, 산업화 이전에 환경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더욱이 목재는 재생 가능한 자원이다. 숲을 잘 관리하며 사용하면, 우리는 세대마다 새로운 탄소 저장고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지구 온난화를 막아 인류문명을 계속 유지·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은 첨단 기술 이전에 자연의 원리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이다. 화석 연료를 태워 만든 콘크리트 도시가 아닌 숲에서 온 나무로 만든 마을, 그것이 인류가 지구와 같이 존속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화력과 원자력을 줄이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늘리는 것처럼, 주택도 콘크리트에서 목조주택으로 변하는 정책을 했을 때 지구환경 변화를 억제하여 인간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간 2년에 걸쳐 기고한 글은 하자 없는 목조주택 시공에 대한 방법론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와 같이 공정별 중간 감리 제도가 없으니, 건축주와 시공자가 함께 점검하자는 것이다. 한편으로 필자가 노력하였으나 간혹 잘못 표현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관련 목조인들의 충고 부탁드린다.

잘못 기술되어 있거나 추가를 원하는 공정을 말씀 주시면 책으로 출판할 때 반영하려 한다. 특히 기술적 오류에 대해서는 이바지 해 주신 분을 책에 넣어 같이 참여하여 점점 발전하는 감리 매뉴얼이 될 수 있게 하겠다.


오랜 시간 칼럼을 읽어 주셔서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즐거운 목조주택 집짓기 되시길 바란다.



참고문헌


<목조주택 시공 실무>(기문당, 최현기)

목구조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책이다. 시공 과정을 디테일하게 설명해 초보 목수들의 필독서로 권한다.


<목조주택 시공 가이드>(캐나다우드)

25년 전 한 국에 북미식 목조주택을 처음 전파하기 시작한 캐나다 산림협회에서 만든 시공 매뉴얼이다. 한국 사무소에서 번역하여 출판했다.


<The Very Efficient Carpenter>(Taunton, Larry Haun)

Larry Haun이 목조주택 골조(Framing) 작업을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방법을 정리한 실전 가이드이다.


<품질인증 현장점검 가이드북>(한국목조건축협회)

목조주택 시공사와 자재상 조합인 목조건축협회에서 제작한 시공점검에 관한 내용으로 골조 공사에 관한 시공 매뉴얼을 설명하고 있다.


<木의 건축>(청아출판사, 배기철, 이도형)

도시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목조건축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쌍둥이 빌딩 비행기 충돌 테러 때 목조빌딩이 었다면 많은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표현은 저자의 남다른 안목을 나타내고 있다.


<목조건축 산책>(건축사신문, 이동흡)

저자는 건축사신문에 장기간 목조주택의 장점을 알리는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국립산림과학원에 오랜 근 무와 연구로 목조주택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열정이 있다.


기타 기고 글 참고

박정로(단국대 건축학과 교수 겸 ZESS 연구소 소장) : 국내 대학에서 유일하게 목조주택에 관한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 특히 목조빌딩(Mass Timber)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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