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과 깨달음

by 박희정

배짱과 깨달음


깨달음을 완성하는 데에는 배짱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마주한다.

동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다가서면, 흩어져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 순간 마음이 불편해진다.

나를 피하는 건 아닐까,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던 건 아닐까.


하지만 이유는 늘 여러 가지다.

일할 시간이 되었을 수도 있고,

그저 이야기가 끝났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장면이 아니라,

그것을 나와 연결 짓는 내 생각이다.


생각은 빠르다.

나와 상관없는 일을 금세 나와 깊이 얽힌 문제로 만든다.

불쾌함과 의심이 따라붙고, 마음은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때 필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생각이 만들어낸 환상임을 알아차리는 힘이다.


며칠 전 국회 청문회에서 이런 장면을 보았다.

“목소리도 안 좋은데 그만하시죠”라는 말에

당사자는 웃으며 답했다.

“제 목소리 좋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한마디에 자존감이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어떠한가는

결국 듣는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누군가 나를 못생겼다고 말해도,

나를 예쁘다고 보는 눈 역시 세상에는 존재한다.

어느 생각을 붙잡을지는

내 몫이다.


근심과 걱정은

대부분 생각이 만들어낸 그림자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흘려보내는 배짱,

그것이 깨달음에 가장 가까운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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