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

by 박희정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 ㅡ


“도가 무엇입니까?”

제자가 묻자,

“뜰 앞의 잣나무“라고 대답한다.


당황스럽다.

도에 대해 물었는데 웬 잣나무 이야기인가?

그 말 한마디가 제자의 마음을 흔들고 탐구가 시작된다.

뜰 앞의 잣나무와 도가 무슨 관련 있다는 것일까?


“부모에게 몸 받기 전,

너의 본래면목은 무엇이냐?”

이 역시 납득이 쉽지 않다.

몸을 받기 전이라니 기억도 없고 상상조차 어렵다.

하지만 마음은 다시

질문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쓴다.


중요한 건 그런 질문을 던지는 스승도

말에 뜻을 두고 묻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건 질문을 쫓아가지 말고 마음을 보라.


“뜰 앞의 잣나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은 이미 뜰을 상상하고 잣나무를 그려낸다.

그 잣나무가 실제로 존재하든 안 하든,

마음에는 잣나무가 서 있다.

그래서 잣나무가 어쨌다는 거지?

마음은 오만가지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그건 현실이 아니라 마음이 만들어낸 상(像)이다.


깨달음이란 바로 그 허상이 허상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미지를 만들어낸 건 바깥 세계가 아니라,

내 마음의 작동이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다고 혼자 괴로워하고 ‘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후회하고 괴로워하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에게는 별일 일수도 있지만 별일 아닐 수도 있다.


그걸 미리걱정하고 있는 것은,

자기가 만든 상상 속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 사람 상처받았을 거야’,

그야 모르는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던 지금 떠오르는 모든 생각은 내 마음이 지어낸 가짜라는 것이다.

그 모든 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이어서

모르는 일이다.

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의심도 환상이고 괴로움도 환상이다.

내가 만든 상 내가 그린 장면 내가 쌓은 해석이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아, 이것도 마음이 만든 허상이었구나.” 하고 물러서면 된다.

남의 마음까지 미루어 상상할 필요가 없다.

그건 자기 고통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말은

체념하거나 주문처럼 외는 말이 아니다.

그 말의 진짜 의미는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다.

어떤 해석이 만들어지는지를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실재’가 아니라

‘마음의 반응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도(道)다.

지금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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