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니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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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사방에 돋아나는 풀 가운데,
사람이 먹고살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둘러보면 먹을 수 있는 게 몇 종류 안 된다.
그런 편협한 조건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아무리 애써도 굶어 죽는 일이 있었지만,
끝내 멸종하지 않고 이렇게 살아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약한 듯하면서도 강하다.
전쟁 직후에도 아이만은 살려내려 했던 부모들.
쥔 것 하나 없어도 자식을 살리려 몸부림쳤던 세대.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었다”는 노랫말은
오줌 싼 자리의 이불을 갈아주던 이야기가 아니다.
비가 새는 방에 대야에 냄비를 놓아도
집 안에 마른자리가 없었때가 있었다.
나라 전체가 가난에 말라가던 때였다.
그럼에도 아이만은 이리저리 마른자리 찾아 눕히던 부모의 간절함,
그것이 인간을 이어 오게 한 힘이다.
봄날 산과 들에 풀이 흐드러지게 자라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풀은 별로 없다.
소는 지천으로 돋아 나는 풀을 뜯고,
염소는 가리지 않고 먹지만
인간은 푸른 산을 바라보며 풀뿌리를 캐어
겨우 죽음을 면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곡식이 여물기 전까지 매 끼니는 전쟁이었다.
때때로 벌레들이 새카맣게 달라붙어 있는 풀을 볼 때가 있다.
저 작은 것들도 저렇게 먹고사는데,
인간은 왜 그렇게 힘겹게 살아야 했던가 싶어진다.
햇보리라는 글귀 앞에서
보리쌀을 뒤집어 보던 부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때는 보릿고개를 넘던 구황의 작물이었지만
어느 순간이 되니 건강식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