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는다는 것

by 박희정

고전을 읽는다는 것. ㅡ


고전을 읽으라고 말하지만 그 권유는 대체로 막연하다.

좋으니까 읽으라?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분하다.

나 역시 오래도록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지만 변변한 생각에 이르렇다기보다는

정해진 틀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결론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읽는다면, 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고전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똑 떨어지는 결론을 내리게 하지는 않는다.

고전은 미술선생 같다.

자신만의 풍경을 그려 보라고 권하는 책이다.

누구는 수묵화를,

누구는 추상화를,

그리다가 말더라도 그려보게 되는 것이 고전이다.

쑥 같은 책을 읽으면 쑥빛으로,

진달래 같은 책을 읽으면 연분홍으로.

그 색들은 팔레트에 쌓이다가

언젠가 내 삶에서 꽃이 될 때가 있다.

그것이 독서가 내면을 풍성하게 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자연이 물드는 과정은

햇살이 쌓이고 바람이 쓸어서 만들어지는 빛깔이다.

단숨에 채색되지 않는다.

하나의 답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열려 있는 세계라서 읽는 이의 삶과 시선에 따라 매번 다르게 말을 건넨다.

같은 책이 인생의 여러 국면에서 전혀 다른 색으로 다가온다.

이것이야말로 고전이 고전일 수 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 까닭은 여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에 물들기는 좋은 봉숭아 같아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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