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처럼 살기로 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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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산다는 건,
언젠가는 가슴 한편이 쪽빛으로 멍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슬픔이 오래 눌러앉아 멍처럼 남고,
그 위에 하루하루의 기억이 번져 드는 일.
누구나 그러고 사는 줄 알았다.
살아간다는 건 원래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저려오는 일이라고 믿었다.
한때는 바람이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힘을 가진 바람.
무더운 날에는 위로가 되고,
고요한 풍경에는 생기를 넣는,
“야, 오늘 바람 좋다”라는 말 한마디쯤은 듣는 존재.
내 의지와 열정으로 누군가의 하루를 움직이고 싶었다.
하지만 바람은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필요했다.
세게 불수록 빨리 지쳤고,
거슬러 불수록 나부터 헝클어졌다.
결국 나는 바람 체질이 아니었다.
그래서 바람개비가 되어 보기로 했다.
바람 불면 열심히 돌고,
그 바람을 잘게 나누어 건네는 방식으로,
바람이 없으면
“오늘은 쉬는 날이랍니다”라는 얼굴로 쉰다.
누가 돌려주면 돌고, 바람이 없으면 멈춘고
다만 돌 때만큼은, 꽤 성실하게 시끄럽지 않게,
머리카락만 살짝 흔들려도 좋은 정도로.
어쩌면 이게 더 지혜로운 삶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과열되기보다는,
흐름 안에서 내 몫의 바람만 남기는 것.
강풍이 아니라도,
“없으면 아쉽고, 있으면 좋네” 정도의 존재.
돌아야 할 때 돌아가고, 멈춰야 할 때 멈추고
그 모든 순간에 과열 경고등 없이.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