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찬란한 공에 대하여

by 박희정




나, 그리고 찬란한 공(空)에 대하여. ㅡ


수백 년을 사는 사람은 없다.

모두는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그것이 만물 변화의 원리다.


무지개가 아름다워도

그것을 소유하려는 이가 없는 것은

조건이 다하면 사라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어도

영원하리라 기대하며 만들지는 않는다.

만드는 동안 즐거웠고,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이 좋았을 뿐이다.

볕이 들면 녹는다는 것쯤은 아이들도 안다.

그래서 녹아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는 해도 집착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집착 없이 즐기는 공의 이치다.


삶이 늘 지속될 것처럼 착각하지만 그것은

부모의 부모로부터 자식의 자식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항상 할 것 같은 믿음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집착을 버리지 못하긴 하지만 그것은 허상이다.


엄밀히 말해

나는 ‘나의 세계’를 살다 가는 것이고,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기보다는

어떻게든 붙잡자고 하는 집착이 미래까지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떠난 뒤의 세계는 자식들의 세계이고,

그다음은 그 자식의 자식이 살아갈 또 다른 세계다.

그것은 이미 나와는 관계없는 세상인데 그 세상까지 나의 영향이 미치는 세상일 거라 착각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내가 숨 쉬는 동안에만 나의 세계다.

눈앞의 현상이 아무리 분명해 보여도 조건이 변하면 사라지는 무상한 것이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지는 것이다.


무지개를 즐기되,

사라진다고 아파하지 않는 것처럼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 공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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