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도착한 삶의 감각. ㅡ
⸻
좀 한가한 나이를 맞고 보니 이제야 인생이 짧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이 말이 어쩐지 한가한 고백처럼 들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젊은 날에는 무엇을 하며 살았기에 이제 와서 인생이 짧네 어쩌네 하느냐고.
인생이 짧다는 깨달음치고는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젊은 날의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시간을 살아내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삶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안 살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러고 싶었다고나 할까.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선택할 용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죽음이 두려워서라기보다,
살아야만 할 상태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공포 때문이라기보다는, 배짱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흔히들 말하는 ‘죽지 못해 산다’는 그 상태였다. 살기는 싫었지만 죽음을 실천할 수도 없는 삶. 그 시절의 시간은 내가 살아낸 시간이 아니라,
나를 밀어내며 지나간 시간,
쫓겨가듯 밀려가던 시간이었다.
그런 내가 이제 와서 인생이 짧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그러나 이 아이러니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인생에 쫓기지 않는 시간을 살고 있다.
무엇늘 해야 한다는 의무도,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기준도 더는 나를 옥죄지 않는다. 압박이 느슨해지니 비로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욕구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먼저 생겨났다.
의무가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배우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 한 번쯤은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것들.
그런 것들이 생기고 나니, 이제야 흘러가는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