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이 줄어든 자리

by 박희정

흔들림이 줄어든 자리. ㅡ


나이가 들어가니 흔들림이 잦아든다.

내면이 깊어져서라기보다는,

살아내다 보니 그렇게 되어간다.

도전이 줄어들고 부딪힘도 줄었다.


젊은 날엔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갈등도 많고 좌절도 많았다.

바람의 그림자만 스쳐도 휘청이던 때가 있었다.


공자는 사십에 불혹이라 했지만,

나는 그 나이에 더 많이 흔들렸고

더 깊이 갈등했다.

그의 말이 그저 유유자적한 자의 말장난이었다.


세월이 흘러 육십 즈음에 이르니

그 말이 조금은 사실인 것도 같다.

세상 일에 덜 마음 두고 덜 도전하니, 갈등도 줄고

흔들림도 잠잠해지는 듯하다.


공자는 사십에 그러했다지만 나는 육십에야 겨우 알 것 같다.

늦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사소한 일에 마음 휘둘리지 않고

무엇을 선택하든 스스로를 믿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흔들림이 사라진 그 자리에

공기 빠진 묘한 공허가 있다.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밀려나면

만족이라는 것이 채워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허전함이 그 틈새를 채우자고 든다.

늙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허전함이 익어서 외로움이 되는 것이구나.

이런 것이 나이 들어감이구나.


어른이 되어 익숙한 길만을 되짚는 그 자리,

그 한갓진 자리에

외로움이라는 것이 찾아드는 빈자리가 있었다.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던 젊은 날을 돌아보면

흔들림은 삶이 내 안을 통과해 지나간 증표였고,


외로움이 차오른다는 것은 더 이상 삶의 바람을

맞아들이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흔들릴 땐 흔들리는 대로, 그 나름의 맛이 있었다.

그러니 그것도 괜찮았다.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세상의 낯선 면을 향해 부딪치던 그때는 그때 대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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