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값을 치르며

by 박희정

오늘의 값을 치르며. ㅡ


나는 오늘의 값을 치렀다.

아침에 눈을 뜬다는 건 내 의지는 아닐지라도

무엇이든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눈을 떴다는 것 자체가 오늘에 대한 티켓을 끊은 것이다

어떻게 살던 오늘의 시간은 내 시간이다.

그런 하루의 삶을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치른 값이 너무 비싸다


누구에게 계산서를 내밀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청구서를 받은 것도 아니지만

분명히, 오늘을 살아낼 나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해서

오늘은 공짜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그저 시간이 지나가는 일이 아니다.

나의 감정과 에너지 일부를 내어주며 얻은 것이다.


어제의 비용은 어제로 끝났다.

표를 사고, 시간을 쓰고,그 장면 속에 나를 녹여냈다.

그건 어제의 일이다.

오늘은 또 오늘의 몫이 있다.

시간도 감정도, 새로이 지불해야 한다.


이 세상이 마치 나를 위해 마련된 듯

착각할 때가 있었다.

태어났으니, 살아있으니,

그저 주어진 삶이라 여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니다.

살아간다는 건 매 순간 대가를 치르는 일이다.

나는 매일 무언가를 포기하며 또 다른 무엇을 얻는다.


비싸게 사들인 나만의 삶.

누구도 대신 치러줄 수 없는 고유한 나의 몫이 오늘이다.


이 하루는

내가 지불한 값에 걸맞은 하루가 되기를.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가장 정직한 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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