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예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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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쉽게 여기는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올 때가 있었다.
때로는 충동적으로, 때로는 형언할 수 없는 혼란으로 나를 짓눌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살아야 하는가, 이 고통을 왜 견뎌야 하는가.
이 지독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을 수만 있다면,
비로소 이 존재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오랜 시간 침잠하며 얻어낸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것은 거대한 우주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나란히 놓아보는 일이었다.
지구가 존재해 온 아득한 세월에 비하면,
나’라는 자아를 지니고 살아가는 시간은
그야말로 극히 짧은 찰나에 불과했다.
돌이켜보면 태어나기 전의 나는
분명 우주 한 구석에서 원소였고, 흙이었으며,
떠도는 먼지였을 것이다.
의식도 고통도 없이, 그저 자연의 순환 속에
수십억 년을 유영했을 터다.
그리고 이 짧은 생이 다하고 나면
나는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나를 구성하던 원자들은 흩어져
또다시 수백억 년의 긴 잠에 들 것이다.
그 영겁의 시간 흐름 속에서
지금 살아 있는 이 순간을 바라보면,
온 우주가 단 한 번 허락해 준 특별한 예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간을 끝까지 살아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하고도 숭고한 선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삶을 억지로 미화하고 싶지 않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기만도 부리고 싶지 않다.
삶은 때로 비루하고, 견디기 버거운 무게로 다가온다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생명’으로 존재해 본다는 이 구간이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하찮을 만큼 짧다는 것이다.
그 짧은 찰나 동안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고,
‘나’라는 이름으로 존재해 보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충분히 커다란 행운이었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의식을 지닌 채 우주를 감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
나에게 허락된 이 짧은 외출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