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관계의 단절이다

by 박희정

죽음은 관계의 단절이다. ㅡㅡ


죽음이란.

사람마다 다르게 말하겠지만,

누구는 죽어서 영혼이 남는다 하고,

누구는 끝이라고 말한다.

환생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다시 태어나고, 다시 시작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죽음은 단절이다.


설사 영혼이 남아 있다 한들,

혹은 다시 태어난다 한들,

지금 이 삶에서 맺었던 관계가 끝나면

모든 것은 끝난다.

내가 어딘가에 다시 환생한다 해도,

그건 또 다른 삶이지,

지금의 나는 아니다.


몸이 죽으면 관계도 끝난다.

더는 눈을 마주칠 수 없고, 손을 잡아도,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것은, 끊어진 것이다.


몸은 살아 있어도

의식이 죽었다면, 끝난 것이다.

말을 걸어도 닿지 않고,

표정을 봐도 돌아오지 않으면

살아 있어도 소통이 아니다.


삶은 이어 짐이다.

나와 너, 나와 세계, 나와 어떤 존재가

닿을 수 있고, 반응할 수 있고,

서로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

무인도에 혼자 있어도

나무와 바람, 새와 바다와 눈을 맞출 수 있다면,

그건 살아 있는 것이다.


죽음은 숨이 멎는 순간뿐 아니라,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순간이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의 내가 아니고,

천국에 내가 있다 해도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삶은 한 번뿐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이유로 더 단단하다.

지금 여기, 지금 이 관계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되지 않는다.


살아 있다는 건 마음이 닿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도 나와 공존하는 모든 것의

소통이다.

작가의 이전글찰나에 새긴 백 년의 무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