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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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네 등급으로 나눈다
젊을 때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책장에 빼곡한 책들이 깊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책이 많은 것과 생각이 깊은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나는 책 읽을 때 네 등급으로 나눈다.
첫째는 알면 좋은 책이다.
이런 책은 읽다가 고개를 끄덕이면 임무 완료다.
“아, 그렇구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
깊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빠르게 읽고, 핵심만 챙기고, 조용히 보내준다.
지식은 스쳐가도 흔적은 남는다.
둘째는 배우면 좋은 책이다.
이건 좀 다르다.
읽다 보면 배워야겠다는 것이 보인다.
밑줄을 긋고, 다시 읽고, 다시 한번 읽는 때가 있다.
이쯤 되면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학습이다.
이런 책을 가끔 통과하고 나면 내게 사람다운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셋째는 연구용 책이다.
지금 당장 써먹을 일은 없지만
어디선가 한 번은 쓸 것 같은 책.
이건 욕심처럼 사두고
의무감 없이 읽는다.
졸리면 덮고, 생각나면 다시 펼친다.
이런 책은 서재의 조용한 비축미다.
배경지식으로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
꼭 쌓아야 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은 감성으로 읽는 책이다.
시와 소설.
이건 빨리 읽으면 안 된다.
빨리 읽으면 죄짓는 기분이 든다.
한 문장을 읽고 창밖을 보기도 하고,
괜히 옛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건 이해가 아니라 공명이다.
읽는 게 아니라, 당하는 것이다.
가끔은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책값이 아깝지 않다.
이렇게 나누고 나니
독서가 조금 편해졌다.
모든 책을 다 잘 읽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책마다 대접을 달리하면 된다.
시간은 길지 않다.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다.
그래도 여전히
서점에 가면 다 읽을 수 있을 것처럼 책을 집어 든다.
인간은 참,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