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무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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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심부름은,
아이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권력이자,
어른과의 협상에서 쥐는 주도권이었다.
할 일은 밀려 있고, 가게까지의 거리는 멀고,
지접 다녀오자니 할 일이 태산 같을 터.
그러니 바쁜 어른들이 아이를 구슬려 심부름을 시키는 법이다.
“사탕 하나 사 먹고 와.”
그 말 한마디가 아이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했다.
잔돈으로 과자 한 봉지를 사 먹는 일,
그게 묵시적 협상의 성과였다.
동네를 가로질러 가게에 다다르면,
무엇을 사야 하는지 순서가 뒤섞였다.
기억에 남은 한두 가지는 샀다.
잊어버린 것은 잊어버리더라도
과자 사 먹는 일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았다.
어른들도 아이의 기억이 얼마나 짧은지 알기에
많은 심부름을 맡기지는 않았다.
많아야 두세 가지,
그럼에도 꼭 하나쯤은 빠졌다.
그중에 제일 잘 잊어버리는 게 담배였다.
빼먹고 돌아가면 난감한 어른의 얼굴.
담배는 아이의 세계와 너무 멀었으니까.
가끔 가게 주인이 물어봐 주면 다행이었다.
“너 혹시 담배도 사 오라 하지 않더냐?”
그렇게라도 샀으면 곧장 집으로 가면 좋을 텐데,
돌아오다가 친구들을 만나면
그것도 잊어버릴 때가 있었다.
아이의 기억에는
세상을 담을 그릇이 없어서였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도,
해야 할 일을 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떠오르는 생각.
어른은 그릇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잊어야 할 것이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