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길

by 박희정

이슬 길 ㅡ


소매에 찬바람이 스며드는 길이 있다.

밤새 내린 이슬이 바짓단을 적시는 이른 아침,

소가 고삐 잡은 나를 따라 걸어가는 길이다.

어제 풀 뜯던 들판이 소의 꿈에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길 위의 이슬은 내 바짓단을 적시고

고무신 위로 흘러내렸다.


동이 트면 금세 사라져 버릴 이슬.

바짓단을 적셨다가 증발할 이슬은 오늘의 것이고,

내일 풀잎에 맺힐 이슬은 내일의 것이다.

이슬은 시간 따라왔다가 시간 따라가는 중이다.


삶도 그럴 것이다.

오늘의 무게는 오늘 흩어지고,

내일의 무게는 내일의 자리에서 새롭게 흩어질 것이다.

이슬이 바짓단에 스며들든,

누군가의 바지단을 적시고 가든,

세상은 흐른다.


자연은 늘 질서를 따라 또 다른 질서를 만들어낸다.

풀잎은 자라나고, 바람은 방향을 바꾸고,

이슬은 맺혔다가 흩어지며 다시 길을 만든다.

어쩌면 사람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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