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삶 가벼운 삶

by 박희정


무거운 삶, 가벼운 삶 —


단단한 가벼움을 위하여


어떤 이의 삶은 깃털처럼 가볍고,

어떤 이의 삶은 바위처럼 무겁다.

그 차이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살아온 환경의 높이와 깊이가 삶의 비중을 만든다.


어렵게 살아온 사람에게는

무엇 하나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사소한 선택 앞에서도 오래 망설이고,

새로운 시작 앞에서는 몇 번이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한 번 잘못되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과 고통이 필요한지 이미 몸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너져가는 앞날이 보이는데도

쉽게 놓아버릴 수는 없는 것이 그들의 삶이다.

붙들고 있으면 말라죽을 것 같고,

뛰어내리면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포기는 쉽지 않은 것은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이 겨우 손에 쥔 것을 놓는 일은

삶의 한 부분을 떼어내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감각은

아무것도 소유해보지 못한 사람만이 안다.

삶의 무게는 결국 무엇을 딛고 서 있는가에서 갈린다.


여유 속에서 자란 사람의 선택은 경쾌하다.

아니다 싶으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한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 된다.

그래서 그들의 노래는 부드럽고

글은 물처럼 흐른다.

사람들은 그 부담 없는 가벼움에서

안도를 얻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유, 무조건적인 사랑,

실패해도 다시 설 수 있는 기반.

이 보이지 않는 완충재는 삶의 충격을 흡수한다.

완충재가 있는 사람은 세상과 부딪혀도

다시 튕겨 오를 공간이다.


그러나 완충재 없이 자란 사람은

충격을 맨몸으로 받아야 한다.

부딪힐 때마다 멍이 들고 뼈가 시리니,

어찌 가볍게 움직일 수 있겠는가.

가볍지 못한 그 무게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진짜 가벼움은

아무 짐도 지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무게를 알고도 무너지지 않는 상태여야 한다.

그것이 상처를 통과한 사람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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