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힌 세월

by 박희정

접힌 세월. ㅡ


엄청나게 긴 시간을

살아온 것 같았다.


숨이 막히는 날도 많았고

하루가 또 다른 하루를 끌고 가는 것처럼

질질 이어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간 안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나와 돌아보니

그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몇 년을 버텼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몇 개의 장면,

몇 개의 그림자뿐이다.


살아내는 동안의 세월은

끝없이 늘어질 줄 알았는데

모아 쥐어 보니

한 주먹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젊음이 좋다지만

그때는 세월의 길이가

엿가락처럼 끝없이 늘어나는 줄 알았다.


지나고 보니

세월은 접혀

주먹 안에 들어온다.


그때는 그렇게 길었는데,


그 시간을 통과했기 때문에

짧아진 시간이

이제는

거꾸로

내 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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