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풀 앞에서. ㅡ
봄은 아무 날 온다.
그렇지만 봄에만 온다.
눈 속에서도 오고
바람 속에서도 오고
밤새 비라도 한 번 내리고 나면,
작년에 못다 한 한풀이라도 하듯 지천으로 온다. 막 태어난 숨결처럼 연한 초록빛이 퍼지고,
마음이 촉촉해진다.
내 안 어딘가에도 물기 하나 스며들어서
풀 잎을 흔든다.
이상한 일이지만
풀잎이 뛴다.
오래전 들었던 음악처럼, 우연히 마주친 한 장의 그림처럼, 가슴에 마름질하는 감동.
봄풀은 그런 존재다.
다만 살아 있음만으로도 마음을 깨운다.
상처 없는 이 감촉.
그것만으로도 봄이다
봄은 또 지나갈 것이지만 내 안에
해마다 다시 피는 봄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고 여린 떨림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