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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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그와의 관계에 깊은 의미를 부여해 왔다는 증거다.
애착이 없는 이에게는 기대도, 실망도 깃들 자리가 없다. 서운함은 내가 그 관계에 무언가를 걸고 있었다는, 나조차 자각하지 못했던 고백이다.
우정이든, 연인이든, 혹은 매일 마주치는 단골 가게에서의 가벼운 안면이든, 인간은 관계라는 거울 속에 자신을 비춰보며.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내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무의식의 갈망이 배어 있다.
나는 온 마음으로 연결되었다 믿었으나 그는 그저 나를 스쳐 지나는 바람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진심을 건넸으나 그는 다른 방향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관계란 겉으로는 마주 앉아 온기를 나누는 듯해도, 속으로는 서로 다른 과녁을 향해 걷는 평행선일 수 있다.
기대는 바람이고,
바람은 실망이라는 그림자를 동반한다.
그렇다면 기대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메마른 땅처럼 감정을 거두어들인 채로,
결국 나는 나의 도리를 다하고, 그는 그의 형편대로 행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관계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그가 아플 때 내가 곁을 지킬 수 있다면 다행이고,
내가 휘청일 때 그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 다름과 거리감을 있는 그대로 껴안으며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놓아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성숙한 관계다.
서운함이 머물던 자리의
타인이라는 타국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