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야 할 일

by 박희정

몸을 살리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삶. ㅡ


삶의 의미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할까를 고민했다.

왜 사는지,

죽은 뒤에 무엇을 남는지,

내 존재의 증명은 어디에 있는지.

질문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늘 허기졌다.


고민 끝에서 마주한 진실은 의외로 소박했다.


제주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탑승을 위해 줄을 서는 것을 보았다.

저들은 무엇 때문에 비행기를 타는가 하는 질문이 생기자

그들은 구경하기 위해 제주에 가는 것이고

구경하다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비행기를 운행하고

자동차를 운행하고

맛있는 것을 만들어 그들을 대접한다


모든 일은 인간을 위해서 돌아간다는 생각에 들었고

하늘에 구름 한 점 까지도 인간을 위해 떠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렇구나.


산다는 것은, 그저 몸을 살리는 일이구나,

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요리를 하는 것도

농사를 짓는 것도

호텔을 운영하는 것도

인간의 삶이 아니라면

그리고 거기까지가 이 세상 발전요소의 전부구나,


이 문장에 이르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돌이켜보면 내 몸은 늘 나보다 먼저 답을 알고 있었는데,

몰랐다.


머리가 명분과 가치를 찾아 헤맬 때에도

몸은 배고프면 먹으라 했고, 아프면 멈추라 했으며,

지치면 쉬라고 했는데


신념을 쌓아 올리며 몸을 혹사하던 날들도,

화려한 이유들도,

몸 보다 앞에 존재한 적은 없었다.


욕망이 거세된 인간은 고요할 수는 있어도 이어지지는 않는다.

삶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다.

숨을 쉬게 하고,

심장이 박동하게 하는

다음 식사를 준비하는 일.

삶의 무게는 딱 그만큼이었다.


화려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더라도

오늘 내게 음식을 먹였다면 좋은 것이다

오늘 아름다운 경치를 보였다면

그 존재는 이미 충분히 성장한 것이다.

이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지금 존재하는 이 몸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서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