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고 싶을까

by 박희정

다시 돌아가고 싶을까. ㅡ


트랙터가 논 가는 걸 보니,

봄이 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냇가에 얼음 얼리던,

숙살의 기운이 논두렁에 스며들어 있는데,

이제는 그 자리에 따사로운 봄바람이 분다.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리고 새싹이 고개를 내밀것이다.


작년 봄,

그 자리에 났던 풀이 올해도 돋아

봄이 된 것이다.

눈 내리고 얼음 얼었던 그 자리에

봄 풀은 결국 다시 일어났다.

찬바람 날리던 날에는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만,

생명은 그렇게, 난 자리를 찾아왔다.


인간은,

풀처럼 같은 자리에 다시 돋을 수도 없고,

지나간 시간 되돌릴 수도 없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걸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풀처럼 말이다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되돌려야 할 시간이 없어서도,

다시 겪고 싶은 순간이 없어서도 아니다.

어차피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 해도

삶이라는 것이 매력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설령 처음부터 달라진 조건이라 해도 말이다.

결국 지금의 나 일 것이기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간다면

풀처럼 제 자리 찾아 다시 날까,


풀은 다시 난다.

작년의 그 풀인지 아니면서도,

작년과 같은 자리에서 나는 건지,

모르지만 문득.


인간도 풀처럼,

난 자리 다시 찾아갈지 모른다.

비록 지금의 모습 이대로는 아닐지라도,

같은 곳에서 또다시 살아내는


언젠가 소멸해 간 흔적들이

지금 내 모습에서

다시 살아 내고 있지는 않을까,

정말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살아갈 사람 있다면.

다시 돌아갈 사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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