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란 때가 되면 저절로 태어나는 줄 알았다.
부모가 사랑을 하든 하지 않든, 세상에 나올 존재는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한두 살 나이를 먹다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 세상에 오는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온다.
다만, 어떤 이는 일찍 깨닫고, 어떤 이는 늦게 깨닫고,
또 어떤 이는 끝내 알지 못한 채 떠날 뿐이다.
누군가는 스크린 속의 별이 되어 길을 비추고,
누군가는 춤과 노래, 연기와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스스로 빛나는 보석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에 빛을 새긴다.
산골에 흐르는 약수처럼 누군가는 갈증을 해소하고,
어떤 이는 약을 만들고, 어떤 이는 치유하는 음식으로 사람들을 살린다.
때로는 땅속 깊이 스며들어 대지를 적시는 물이 되어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낸다.
어떤 이는 칼을 쥐고 싸움을 멈추게 하며,
어떤 이는 칼끝의 무게로 정의를 세운다.
새처럼 하늘을 나는 이는 길을 열고,
말처럼 대지를 달리는 이는 세상을 움직인다.
이 세상에 맹목적으로 온 존재는 없다.
모두가 저마다의 길을 찾아 떠나고,
그 길 위에서 머물기도, 길을 만들기도,
또 어떤 이는 그 길을 되짚어가며 그 여정을 이어간다.
바람처럼 스며들어 한때 머물렀던 흔적만 남기고,
모두가 저마다의 일을 마친 뒤, 다시 돌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