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궤적

by 박희정

바람의 궤적:

고독이 가르쳐준 진실

언제부터 멈춰 선 것일까.


철저히 혼자라는 사실을 대면한 뒤 찾아온 침묵.

인생이란 결국 바람을 견뎌내는 과정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닥쳐선 안 될 일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그 파편들은 내 삶의 토대를 뒤흔들었다.

모두가 겪는 보편적 비극이라 해도, 그것이 내게 가져온 허망함은 유일무이한 무게로 나를 짓눌렀다. 나는 이 허무가 거짓이기를 바라며 인간의 본성을 탐구했으나, 깊이 파고들수록 마주하는 것은 '삶은 결국 덧없다'는 결론뿐이었다.


모든 가치는 재편되었다.

찰나의 기쁨도, 깊은 슬픔도, 뜨거운 사랑과 서슬 퍼런 미움조차 결국 바람에 흩어지는 먼지와 같음을 알게 되었다.

의미의 중심이 사라지자, 육신을 움직여야 할 동력도 빛을 잃었다.

인생의 풍파는 둘이 함께 맞아도 각자의 몫이며,

셋이 함께 견뎌도 끝내 혼자 감내해야 할 고립된 섬이다.

그 고독의 속성을 깨달은 후,

나는 무기력해졌다.


삶의 본질이 이토록 공허하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여전히 살갗을 스미지만, 더 이상 무언가를 쫓는 소모적인 열망에 나를 던지지 않는다. 웃음이 찾아오면 미소 짓겠지만 억지로 웃음을 쫓지 않고, 슬픔이 닥치면 눈물 흘리겠지만 그 슬픔에 함몰되어 헤매지 않는다.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한 뒤에야,

세상에 집착할 것이 단 하나도 없음을 자각했다.


집착이 타버리고 남은 자리에는,

바람 부는 대로 몸을 맡기는 내가 서 있다.

바람이 오면 바람 맞고, 바람이 지나가면 서 있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아는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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